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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1-18 조회수 : 137

식복사 없이 생활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주로 대형 할인 매장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이 안에는 없는 물건 없이 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카트를 끌고 다니다 보면,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카트 안에 넣게 됩니다. 특히 ‘원플러스원’ 상품의 경우는 큰 이득이라는 생각에 지금 별로 필요하지 않음에도 카트 안에 넣곤 했습니다.

 

산 것을 집에 와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한숨을 짓게 됩니다. 찬장, 창고에 1년은 거뜬하게 살만한 물건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사는데 이 많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었습니다. 필요한 것이 아닌, 필요할 것 같은 것을 필요 이상으로 산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너무 많아져서 때로는 골치까지 아파집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으로 집을 어수선하게 만들고, 유통기한이 지나 ‘아깝다’라는 생각을 하며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필요할 것 같은 것을 필요 이상으로 사면 안 됩니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사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 물건만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우리 감정도 그렇습니다. 필요한 감정만 가져야 하는데, 불필요한 감정까지 품고 삽니다. 미움, 원망, 판단, 걱정, 불안, 절망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우리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갖는 우리가 아닌, 필요한 것만을 갖는 우리가 될 때 현명하게 이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물건도 그렇고 또 감정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필요한 것만을 가지려고 할 때, 주님께도 필요한 것만을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모두 다 달라는 욕심을 주님 앞에 내려놓고 겸손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어떤 눈먼 이가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에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외칩니다. 사실 보통 구걸하는 사람이 주로 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빈곤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물질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까요? 아마 “한 푼 줍쇼~”를 말하는 것이 정답처럼 보이는데, 그는 자비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르느냐?”라고 묻습니다.

 

눈먼 거지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필요한 것을 청하는 그에게 예수님께서는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이르셨고, 그는 즉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저것 다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또 어떤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알아서 해달라고 해서도 안 됩니다. 불필요한 것은 제외하고, 필요한 것만을 청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주님으로부터 응답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의 명언: 누구나 약점은 있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장점은 부각하고 약점은 줄이지만, 실패한 사람들은 종종 약점 때문에 인생을 망친다(스티븐 제이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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