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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3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31 조회수 : 207

그리스도인에게 막연한 불안이 없는 이유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두려움으로 예수님의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루카 13,31)

하지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서 그 여우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루카 13,32-33)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서 생명에 집착하는 겁쟁이로 봅니다.

그래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 정체성이 ‘예언자’라고 하십니다.

예언자는 목숨을 걸고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그 이전에는 죽게 하지 않으실 것을 아십니다.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을 가지고 삽니다.

언제 죽을지, 죽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례로 예언자직을 수행하는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베트남 전쟁에 맥주 배달하러 간 한 남자의 실화를 그린 ‘지상최대 맥주 배달 작전’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1967년 뉴욕시 인우드에서 성당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치키 도너휴’가 주인공입니다. 

 

미국은 북베트남과 한창 전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치키의 친구들 전사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치키와 가장 친했던 토미까지 행방불명이었습니다.

토니는 치키가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친구였습니다.

그는 술김에 자신 친구들을 찾아 여전히 미국이 그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맥주를 전해주고 오겠다고 소리칩니다.  

 

이 소문은 온 마을에 퍼집니다.

치키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전쟁터에 아들과 애인을 떠나보낸 이들은 그들을 만나게 되면 자신들이 주는 선물을 전해주라고

많은 양의 맥주와 선물들을 싸 줍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치키가 당연히 안 갈 것이라고

은근히 무시합니다.

하지만 그는 점점 자신을 믿고 선물을 맡기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베트남으로 떠나는 배를 알아봅니다. 혹시 자리가 없으면 핑계라도 대겠지만 3시간 뒤에 출발하는 배에 딱 한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는 운명처럼 맥주를 들고 급유 담당으로 배를 탑니다.  

 

2개월 후에 베트남에 도착하고 사흘 동안 휴가를 얻습니다.

혼자 친구들에게 맥주 배달을 왔다는 그를 군인들은 모두 C.I.A. 요원으로 알고 도와줍니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런 일로 전쟁터로 올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다른 친구를 찾으러 최전방까지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점점 그는 자신을 C.I.A.로 믿고 도와주는 군인 장교들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물론 진짜 C.I.A.에게 쫓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군 기자들보다 더 훤하게 전쟁의 상황을

파악해갑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전쟁에 자신이 친구의 입대를 종용한 것을 후회합니다.

친구들은 처음엔 이런 미친 짓을 하는 치키에게 화를 내다가도 나중엔 고마워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치키에게 거짓으로 보도되는 전쟁의 참상을 올바로 깨닫고 미국으로 건너와 그 사실을

알려 빨리 전쟁이 종식되게 하도록 하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사명을 모르고 오히려 전쟁을 찬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막상 전쟁터에 가자 불안과 공포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칩니다.

만약 이것이 하느님의 사명으로 인식했다면, 그는 그곳에서 죽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죽음의 때와 장소는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베트남에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의 예언자직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알면 지금 이 시각에 나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그때와 그 장소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물론 그때를 대비해 믿음을 키워가기는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하느님께서 주신 예언자직이 있습니다.  

 

야누슈 코르착은 폴란드계 유대인 의사였습니다. 그는 거의 고아처럼 자란 탓에 부모가 끌려고

홀로 남은 유대인 아이들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고아원을 만들어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하지만 독일군들이 들이닥쳤고 코르착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소풍을 가자고

했습니다.

독일군들은 고르착은 갈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위험할 때 부모가 자녀를 버리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들과 함께 당당하게 가스실로 향했습니다.  

 

비르짓다 성녀의 ‘일곱 번의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 죽기 한 달 전에 죽을 때를 알려주신다는

약속이 있습니다.

이는 이 기도를 바치는 이는 예언자직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란 뜻입니다. 

 

어떤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 사명이 끝나기 전까지는 데려가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그 사명이 완수되어 가면 ‘이젠 때가 되어 오는구나!’를 명확히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이전이나 그 때나 불안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나를 봉헌했기 때문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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