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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23 조회수 : 211

<주방 안에도 하느님께서!> 

 

 

저희 살레시오회 안에서는 ‘일상의 영성’이란 표현을 자주 씁니다.

 

때로 지루해 보이고 때로 무의미해 보이는 우리들의 반복되는 일상사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굳게 믿는 영성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를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영성입니다.

매일 우리와 만나는 이웃들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영성입니다.

매일 되풀이 되는 소소한 일상사에도 분명히 큰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믿으며 성실히 반복해나가는 영성입니다.

 

이러한 일상의 영성에 대한 충실한 실천은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준비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 12장 39~40절)

  

신앙생활을 이벤트처럼 해나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주일만 신자’인 분들입니다.

 

어떤 분들은 분위기 좋은 성탄 때만 신자인 분들도 계십니다.

신앙생활은 하루 이틀 바짝 열심히 하고 나서 푹 쉬는 그런 이벤트가 절대 아닙니다.

 

신앙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자세가 있는데 바로 지속성이며 일상성입니다.

신앙생활은 목숨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때로 힘들어도, 때로 악천후라 할지라도 꾸준히 걸어가는 용감한 행위입니다.

 

일상의 영성을 잘 실천하기로 유명한 17세기 맨발의 가르멜회 수도자가 있었는데 수도원 주방장이었던 부활의 라우렌시오 수사님입니다.

 

참으로 겸손했던 그는 아주 기쁜 얼굴로 동료 수도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식재료를 손질하면서 그 행위 자체를 하느님께 봉헌했습니다.

 

수프를 저으면서 동료 수도자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행하는 하찮아 보이는 행위들을 하느님을 위한 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할 때도 하느님을 만났지만 동료들의 낡은 구두를 수선할 때도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반드시 큰 일만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프라이팬으로 작은 계란 하나를 요리하더라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뒤집습니다.”

 

이러한 라우렌시오 수사님이었기에 사람들은 그분을 만나면 마치도 주님을 만난듯 한 느낌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가 주방에서 접시를 닦을 때의 모습은 마치 경건한 사제가 거룩한 성찬례를 집전하는 듯했습니다.

 

그는 거룩한 사제도 아니었고 명설교자도 아니었지만 자질구레한 일상사를 통해 주님을 만났던 것입니다.

 

돈 보스코 성인께서 강조하셨던 일상의 영성,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더군요.

 

우리가 쉽게 넘겨버리고 마는 일상의 소소한 작은 것들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영성입니다.

작은 의무들에 중요성을 두고 충실히 이행하는 영성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내 책상 앞에 놓이는 매일의 업무들, 귀찮은 일상적 소임들을 기쁜 마음으로 행하는 영성입니다.

 

영성생활 안에서도 ‘특별한 그 무엇’을 추구하지 않고 매일 되풀이되는 미사나 아침저녁기도에 구원의 보편적 진리가 담겨져 있음을 기억하고 ‘할 때 잘 하는 영성’입니다.

 

우리가 매일 보내고 있는 ‘일상’은 황금보다 더 가치 있는 축복의 순간들이며, 찬란한 기적들이 수시로 반복되는 금쪽같은 시간으로 여기는 것이 일상의 영성의 골자입니다.

 

일상의 영성을 산다는 것은 매일 아침 복음적인 삶, 균형 잡힌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일입니다.

 

일상의 영성을 산다는 것은 그때 그 때 상황에 충실하다는 것, 매 순간 해야 할 바를 충실히 잘 해낸다는 것, 모든 것을 미리 미리 잘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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