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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21 조회수 : 197

몇 년 전, 강원도에서의 강의를 마치고 영동 고속도로를 통해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앞 차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좌우로 흔들리더니 차선을 벗어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졸음운전인 것 같아서 경적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경적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뒤에서 경적을 울려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차선을 옮겼습니다. 바로 그 순간 옆 차선을 달리던 트럭과 추돌했습니다. 정말로 큰 소리와 함께 문제의 승용차는 몇 차례 굴러서 보호난간에 부딪힌 뒤에 멈췄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혹시 몰라서 차간 거리를 두었고, 또 옆 차선으로 옮겼기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갓길에 차를 대고 119에 사고 신고를 한 뒤에, 사고 차량으로 다가가니 다행히 운전자가 별 이상 없이 창문을 통해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섬뜩합니다. 만약 차간 거리를 지키지 않았다면, 또 차선을 옮기지 않았다면 저 역시 사고 당사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불과 몇 초의 차이로 말이지요.


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최악의 시간도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항상 깨어 있으라는 주님의 말씀은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일한 마음으로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 주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 유산 분배에서 불합리한 부분을, 형의 정의롭지 못함을 고발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라고 하시면서, 세상의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음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이어서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해주십니다. 세상의 물질적인 것이 전부이고 영원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 역시 영원한 것이 아니고, 이 세상 삶을 마친 뒤에는 아무런 쓸모없는 것임을 이야기하십니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 삶을 찰나(刹那)의 시간이라고 합니다. 매우 짧은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요? 이 세상 삶 안에서만 필요한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하느님 앞에서 진정으로 부유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많은 사람은 단순히 자신의 편견을 재배치해 놓고 이것이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윌리엄 제임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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