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가 집무실 문을 두드립니다. “네, 들어오세요.”라고 말하자, 어떤 자매님께서 “신부님! 사무실 컴퓨터가 이상해요. 직원이 없어서 신부님께 물어보러 왔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컴퓨터를 켜니 익숙한 윈도우 화면이 아닌 파란색 화면에 알 수 없는 영어가 가득 채워 있다는 것입니다. 얼른 가서 보니 CMOS 설정이 켜져 있습니다. 이 설정은 주로 컴퓨터의 시스템 시간, 날짜, 하드웨어 구성 정보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며, 시스템 부팅 시 하드웨어를 인식하고 초기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마도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른 뒤에 키보드를 꺼내면서 실수로 CMOS 설정으로 들어가는 F2 키를 누르신 것 같습니다.
간단히 ESC 키를 누르고 yes 버튼을 누르면 해결되는 것이지만, 이 자매님께서는 처음 보는 화면이라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저를 찾아오셨던 것입니다. 1983년부터 컴퓨터를 만져본 저로서는 이 CMOS 설정이 너무나 익숙했고, 그래서 쉽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익숙하면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으면 두려움부터 몰려옵니다. 온갖 부정적 생각이 함께하게 됩니다. 주님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잘 알아서 익숙한 사람은 자기 삶 안에서 편안해집니다. 그러나 주님을 잘 모르고 그래서 익숙하지 않으면 불안과 걱정 등이 떠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을 잘 알도록 만드는 기도가 중요하고, 더불어 주님을 알기 위해 성경 읽기를 비롯한 신앙생활이 중요합니다.
삶 안에서 특별한 상황은 너무 자주 일어납니다. 그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그냥 포기하고 좌절하는 무기력한 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이 계시기에 힘차게 그리고 감사하면서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잘 알아야 하고, 익숙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고향 사람들에게 구원을 보여 주시지만 그들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자기들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구원의 길과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구원의 표징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표징만을 추구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요나의 표징은 이방인인 니네베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하느님의 자비였습니다. 그 자비를 알아들었기에 이방인이었던 니네베 사람들이 요나의 말에 모두 회개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구원은 계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표징을 보고 회개하고 하느님의 뜻에 맞춰서 살고 있나요?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주님께 익숙하지 않는다면 구원의 표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늘의 명언: 만약 누군가를 당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그의 진정한 친구임을 확신시켜라(에이브러햄 링컨).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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