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1,29-32
주님 경외할 줄 모르며, 약소국들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들의 회개가 절실합니다!
요나가 살던 시대, 아시리아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한 제국이었습니다.
아시리아는 동서로는 인도에서 시작해서 이집트까지, 남북으로는 아라비아에서 시작해서
러시아까지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따라 요나가 찾아간 니네베는 당시 아시리아의 수도였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뉴욕이나 도쿄, 북경이나 런던 정도 되는 대도시였습니다.
웅장한 궁전과 사원들을 둘러싼 성벽은 그 위로 마차 3대가 동시에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었습니다.
성벽의 높이는 23미터였는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 앞에는 너비가 24미터인 방어용 연못까지 건설할 정도였습니다.
요나 예언서도 니네베라는 도시의 규모와 위용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니네베는 가로지르는 데에만 사흘이 걸리는 아주 큰 성읍이었다.”(요나 3,3)
예언자로 불림 받은 요나가 요리 조리 도망다니다가, 마침내 주님의 손아귀에 잡혀 최초로 파견된 도시가 바로 그 잘나가던 도시, 당시 최강대국의 수도 니네베였던 것입니다.
공포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면서 니네베 성안으로 들어가는 요나 예언자의 모습이 참 딱해 보입니다.
성안으로 들어가 하룻길을 걸은 요나 예언자가 마침내 이렇게 외칩니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예언서 3장 4절)
니네베 사람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요나 예언자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외쳐본 들 뭐하겠어? 귀여겨 듣지도 않을 니네베 사람들인데...그래도 주님께서 외치라 하시니, 일단 한번 외쳐나 봐야겠다.
안 그러면 주님께서 내게 또 어떤 끔찍한 조치를 취하실지 모르니...’
그런데 정말이지 뜻밖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니네베 사람들이 요나 예언자의 말을 귀담아 들은 것입니다.
그들은 단식을 선포했습니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자루옷을 입었습니다.
왕도 왕좌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자루옷을 걸친 다음 잿더미 위에 앉았습니다.
그런 니네베 사람들의 모습을 주님께서 보셨습니다.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을 돌리시고 재앙을 거두셨습니다.
니네베 사람들의 집단적 회개 사건을 묵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주님께서는 또 다른 잘 나가는 우리들의 대도시를 향해서도 강력한 회개를 촉구하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돈과 명예, 소비주의와 향락주의에 물든 거대 도시민들의 집단적인 회개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렇게 번창했고 잘 나갔던 대도시 니느베는 기원 전 612년, 자취도 없이 이 지상에서 사라졌습니다.
멸망의 이유는 아시리아 제왕들의 잔혹함 때문이었습니다.
후에 발굴된 오벨리스크나 벽화에는 저마다 새겨놓은 무용담이나 왕에 대한 두려움을 자아내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짐은 잔인하고…전쟁에서는 앞장서 달리는 온 천하의 왕이며…무릎 꿇지 않는 적들을 짓밟고
온 세상을 손아귀에 넣었노라. 나는 들판을 피로 물들이는 무시무시한 태풍이로다.”(아슈르바니팔 왕).
교만과 사악함, 사치와 게으름에 빠져 있던 아슈르바니팔 왕은 연합군이 바빌로니아를 앞세우고 쳐들어오자 궁에 불을 질렀습니다.
궁녀와 시종들 그리고 자신까지 불길 속으로 내던지며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눈부시고 거대했던 도시 니네베는 폐허로 바뀌었습니다.
수천년간 사막 바람이 뜨거운 모래와 먼지 구름을 몰고 와 폐허를 덮자, 왕성은 큰 둔덕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끝도 없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면서 지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몇몇 강대국들, 아시리아와 니네베의 멸망을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두려워할 줄 모르며, 약소국들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들의 회개가 절실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