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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13 조회수 : 89

우울증의 시작: 가질 수 있다는 착각 

 

 

영국의 유명한 부자인 컨글튼 경이 어느 날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하녀가 부엌에서 접시를

닦다 말고 한숨을 쉬며 “아이고, 5파운드만 있으면…. 5파운드만….”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컨글튼 경은 그 하녀에게 5파운드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돈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데 더 큰 한숨 소리가 들리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10파운드라고 할걸. 10파운드라고 할걸….” 

 

오늘 복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은 부유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십계명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그러나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예수님을 따를 용기는 없었습니다.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진 것이 없을 때 우울해질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진 것이 많으면 우울해진다고 하십니다.  

 

황창연 신부의 ‘화가 나십니까?’ 강의 중 이런 예가 있습니다.

신부님이 20년 전에 알던 분의 시동생이라고 합니다.

이 분이 성탄절 전날 불법 유턴을 하다가 전경에게 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안 했다고 끝까지 우겼습니다. 물론 전경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너희 경찰 서장이 누구야?”라고 소리쳤고, 경찰 서장의 이름을 들으니 자기 친구였고, 그걸 믿고 전경의 뺨을 강하게 쳤습니다.

그래서 전경은 그 사람을 공무집행 방해로 철창에 집어넣었고, 그 사람은 철창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며 분을 참지 못하다가 그 자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죽었습니다.  

 

이 사람은 무엇을 잃을까 봐 두려워했을까요? 바로 명예입니다.

그러나 가진 것을 잃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정말 명예를 가졌을까요? 인간은 무언가 가질 능력이 있는 존재일까요?

조선시대 때 쓰이던 동전을 길에서 발견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때 누군가는 ‘이건 내 돈이야!’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것이 아닙니다.

누구도 죽음 앞에서 소유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소유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렸을 때 명절 때 받은 돈을 어머니에게 다 빼앗겼습니다.

빼앗겼다기보다는 어머니가 맡기라고 해서 맡겼지만, 되돌려 받은 건 없습니다.

그런데 매번 그랬지만, 지금 어머니께 맡긴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 앞에서 자기 소유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 아이는 슬플 일이 없습니다.

내 것이 없어서 빼앗길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욥은 자녀들과 재산, 건강까지 잃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도 잃었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 주신 것, 하느님께서 가져가시니 하느님을 찬미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저도 군대에 갈 때 한 자매가 밤새 편지를 써서 출근도 안 하고 기차역까지 나왔습니다.

훈련소에 가서 시간 날 때마다 그 자매에게 편지를 썼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걱정되었습니다.

7개월 만에 휴가를 나갔는데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자대에 복귀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차피 나가서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겨울에 뜨거운 목욕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만약 밖에 있었고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집착을 끊기가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우리가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는 존재임을 믿게 만드는 군대와 같은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어머니 품이나 군대와 같은 곳에 머물려면 머물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자기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증거로 돈을 맡깁니다.

군대에서 요구하는 것도 있습니다.

에덴동산에 머물기 위해서는 선악과를 봉헌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십일조입니다.  

 

도미노 피자를 만든 톰 모나한(Tom Monaghan)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습니다.

그에게 돈이 전부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엄청난 부를 일궜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믿을 때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가진 것에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톨릭 신앙을 회복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십일조를 하고 돈을 사회와 종교에 환원합니다.

그제야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것을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하였습니다.

십일조는 나의 것은 아무것도 없는 존재이고 하느님께 속한다는 신앙고백입니다.

기쁨은 십일조의 열매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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