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교회는 오늘을 ‘전교 주일’로 정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통된 사명인 ‘선교 사명’을 다시금 일깨워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힘쓸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른바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겪고 있으며, 교회 역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박해시대 때조차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사를 중단하고, 교회 내 모든 모임 및 행사를 취소하는 등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 최소화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자들 간의 만남뿐만 아니라 외부인 대면에 대한 기피 현상이 강해지면서 선교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사명인 선교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위기를 시대의 징표로 여기며 선교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선교’란,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교회로 이끌어 구원에 동참하게 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어 무언가를 보여주고 베풀고 나누는 식의 활동 위주가 주된 선교 방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선교의 방식과 효율성보다는 본질에 집중할 때입니다. 즉, 우리 각자가 매일의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증거하는 삶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선교 대상을 가장 먼저 ‘나’로 정해야 합니다. 나에게 먼저 하느님께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결국엔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고, 가장 좋은 몫(생명·구원)을 차지하게 해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라는 확신이 필요로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선교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 역시 이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
하느님께 대한 확신과 의탁할 수 있는 믿음이 있다면 선교할 힘과 용기와 지혜는 자연스레 생길 것입니다. 그래서 선교는 성령의 또 다른 ‘열매’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믿음은 나약하기만 합니다. 굳은 믿음을 장착했노라 다짐했다가도 온갖 유혹 앞에 또다시 흔들려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우리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우리의 매 순간 그리고 망설이는 그 순간마다 우리 곁에서 함께하시기로 선언하신 것입니다.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주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와 대적하겠습니까? 그러니 다시 힘과 용기를 내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복음을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봅시다. 주님께서 언제나 함께해 주실 것입니다.
글 | 전현수 마티아 신부(교구 성소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