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체 후 감실에 인사해야 하나요?
영성체 예식은 ‘주님의 기도’로부터 시작
영성체는 거룩한 주님의 몸인 성체를 우리 안에 받아 모시는 것입니다. 이 성체는 우리의 “생명을 보존하고 새롭게 하며 성장시키는 양식”1)으로써 주님과 일치를 이루게 해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룩한 성체를 합당하게 받아 모실 준비를 하기 위해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청하는 ‘주님의 기도’로 영성체 예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뜻대로 화해를 다짐하는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주님을 모실 준비를 합니다. 그 후 신자들은 성체를 모시기 위해 제단을 향해 나오는데, 이는 성체를 모시기 위한 순차적인 기다림이 아니라 “주님의 만찬 석상에 동참하고 주님의 부활 잔치에 참여”하는 행위입니다. 사제는 성체를 들어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강조하고, 신자들은 ‘아멘’이라고 응답합니다. 이는 축성된 빵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영성체는 손으로 아니면 입으로?
예수님은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실 때 손에 나누어 주셨습니다. 초대교회에서도 손으로 성체를 모시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성체에 대한 존경심이 강화되고, 성체에 대한 불경심과 훼손의 문제가 염려되어 입으로 직접 성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성경과 초대 교회의 실천으로 돌아가서 손으로 성체를 받아 영하게 되었습니다.”2) 그러나 손으로 모시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경우나 성체에 대한 존경심으로 인해 입으로 영성체하기를 원한다면 입으로 받아 영해도 문제 되지 않습니다. 다만 교회의 결정을 거부하기 위해서 또는 죄를 짓는 손으로 거룩한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없다는 신심에 의해 입으로 영하기를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신앙입니다.
영성체 후 감실에 인사?
“영성체하는 이는 축성된 빵을 받은 다음 곧바로 다 먹어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61항)라는 말씀처럼, 성체를 받은 후 신속히 내 안에 모셔야 합니다. 내 안에 주님을 모심으로서 주님과 일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자리로 돌아가면서 감실이나 제대에 인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리에 돌아와 마음속으로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침묵의 시간은 나에게 끊임없이 은총을 주시고 친교를 나누시길 바라시는 주님의 현존을 느끼고, 미사성제와 은총의 의미를 더 풍요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글 | 김일권 요한사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1)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편찬, 『미사 전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6, 49.
2) 같은 책,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