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이용화 신부의 내 생애의 도서
학생 시절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곤 하였는데, 이때 생각의 지평을 넓혀 준 책이 바로 <갈매기의 꿈>입니다. 이 책은 1970년 미국에서 발표된 우화 형식의 단편 소설로, 저자는 전직 비행사였던 리처드 바크입니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갈매기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소설 속의 갈매기들은 의인화되어 인간 사회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우화하여 보여줍니다.
첫째 부류는 ‘기존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갈매기들’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금기시된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군집 생활을 하는 갈매기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자아실현이나 자유와 같은 철학적 질문은 사치이고 허영일 뿐입니다. 그들은 갈매기 사회구성원의 대다수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갈매기들을 무리에서 따돌리거나 추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는 인간 사회의 또래 집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왕따 현상과 유사합니다.
둘째 부류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기존의 정형화된 틀 안에서 벗어나 ‘도전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갈매기들’입니다. 그 대표적인 갈매기가 소설의 주인공인 조나단 리빙스턴입니다. 그는 대다수 갈매기와 달리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자신의 숙명처럼 여깁니다. 마치 갈매기 사회의 개척자처럼 말이죠. 조나단은 단지 먹이를 찾기 위한 비행이 아닌, 비행 그 자체를 사랑하며 새로운 갈매기의 삶을 개척합니다. 조나단이 대다수 갈매기와 다른 점은 삶의 근본 문제를 ‘자아실현’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입니다.
셋째 부류는 ‘초월적 경지에 도달한 갈매기들’입니다. 이들은 이미 조나단과 같은 단계를 거쳐 자아실현을 한 갈매기들입니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위인이나 성인의 위치에 속한 자들입니다. 조나단은 마침내 초월적 경지에 도달하여 그들과 합류하지만, 다시 동료 갈매기 사회로 돌아와 자신을 따르는 어린 갈매기들에게 비행술을 가르칩니다. 이 대목에서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드러납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조나단은 동료 갈매기들에게 눈앞의 이익에 얽매이지 말고 꿈과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라는 교훈을 남기고 떠나는데, 이는 이 책이 독자에게 하고자 한 말입니다. 꿈과 이상이 없는 세상은 삭막합니다. 코로나 블루(우울)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우울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도 이상을 꿈꾸는 조나단과 같은 이들이 있어 세상은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글 | 이용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