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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은 상처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4-12 11:11:38 조회수 : 252

저는 저를 싫어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제 상처와 부족함을 싫어했었습니다. 제가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제 상처와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상처를 외면한다고 상처가 낫는 것도 아니고 부족함을 외면한다고 결핍이 채워지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 나약한 제가 싫어 괴로울 정도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상처와 결핍을 회피할 수 없을 때가 되자 무섭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들이 몸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사제가 되고 싶은데 사람들 앞에 서면 왜 그리 떨리는지, 발표할 일만 있으면 며칠 전부터 잠도 안 오고 초조했습니다. 신학교에서 독서직을 받고서는 제 당번이 돌아올 때면 마치 시한폭탄을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아무리 고민하고 노력해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아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계속 이러면 사제가 되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치밀어 오를 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손과 발, 옆구리의 상처를 지우고 부활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를 사랑해서 선택한 십자가의 상처 그대로 부활하셨습니다. 저는 상처와 결핍을 감추려 애를 썼는데, 그분께서는 부끄러운 모습 하나 없이 제자들에게 그리고 저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의 그 모습은 제 삶에 가장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습니다. 상처가 있어도 빛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제 삶의 가장 큰 죄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제 상처를 치유해 주시기 위해, 제 부족함을 채워 주시기 위해 기다리시는 주님을 끊임없이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을 안다.’ 하면서, 그분의 사랑을 깨닫지도 실천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상처를 입었지만, 평화가 충만한 예수님의 모습은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선포 그 자체였습니다. 제 상처와 결핍은 주님의 사랑과 용서로 가는 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시기 위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우리가 부족해도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돌아가셨고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정말로 부끄러운 것은 내 아픔을 낫게 하시고자 기다리시는 주님을 외면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분의 부활이 지극히 작은 우리 모두에게 닿아 있음을 기억합시다.

 

하느님, 이 백성이 영혼의 젊음을 되찾아

끊임없이 즐거워하게 하시니,

저희가 이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기쁨을 누리고,

영광스러운 부활의 날을 바라며

기다리게 하소서(본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