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주일미사를 대신해도 되나요?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부제 실습을 했을 때, 그곳 본당 신부님은 주일 정오 12시만 되면 라디오나 TV를 켜고 교황님과 함께 삼종기도를 바치고는 교황님께서 기도 끝에 내리시는 강복을 받곤 했습니다. 비록 거리가 멀어 그곳에 참석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교황님과 함께 기도하고 그분의 강복을 구하는 선배 사제의 모범적인 모습이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깊은 신앙심으로 영적 일치를 이루어 하느님께 올리는 보편 교회의 기도에는 아무리 먼 거리도 장애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TV로 주일미사를 대신해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사나 공소예절에도 참여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만”(사목지침서 74조 4항) 가능합니다. 미사는 공동체의 전례 행위이므로, 각 ‘개인이 직접 참여하여 실제로 한 회중’을 이루어야 합니다. 여기서 “참여한다.”는 것은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을 뜻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제와 신자가 주고받는 기도와 성가에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군다나 미사는 “성체 성사”이므로 성사적 영성체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려면 그 미사에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주일과 의무 축일에 미사에 직접 참여할 의무가 있습니다(교회법 1247조).
하지만 그 누구도 불가능한 것에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고령이나 병환으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에게 주일미사의 의무를 강요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변에 성당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면 미사의 의무는 환경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맙니다. 또 어떤 직업은 주일미사 참례를 불가능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직업상 또는 신체적 환경적 이유로 주일미사에 일시적이건 지속적이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묵주기도 5단, 그 주일의 독서와 복음 봉독이나 선행 등으로 주일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주교회의 2014년 춘계총회).
이러한 의미에서 TV나 인터넷 방송 미사는 비록 미사를 직접 참여하는 것과 같지는 않지만, 위에 언급된 대송 중 하나인 “그 주일의 독서와 복음 봉독”을 이행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가능한 모든 기술과 매체를 이용하여 우리의 신앙심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TV나 온라인 미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사에는 최대한 정성되이 준비하여 온전하게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영상 미사 자체가 ‘미사 참례’를 대신하지 않으므로 대송을 바쳐야 합니다. 그러나 다시 성당에 나가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반드시 몸과 마음을 다하여 미사에 ‘직접 참석’해야 하겠습니다.
글 |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