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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입성 그리고 주님의 수난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3-22 13:43:48 조회수 : 179

교회는 전례주년에 따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신비를 기억하는 성주간을 맞이합니다. 이 거룩한 주간은 거대한 무대(성당)에서 주님의 수난 이야기를 매년 반복해서 공연(미사)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전례 거행 안에서 파스카 신비의 현재화를 이루며, 우리를 그 신비 안으로 들어가게 해줍니다. 다시 말하자면, 교회는 우리를 초대합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파스카 신비라는 위대한 여정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 여정의 첫 시작은 바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수난예루살렘 입성이라는 두 사건이 결합한 주일입니다. 성삼일 이전 주일에 두 사건을 기념하는 것은 교회의 매우 오래된 전통입니다. 4세기부터 예루살렘에서는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승리자 예수님을 기념하며 행렬을 하였고, 6세기부터 로마에서는 예수님이 겪으신 수난과 죽음을 낭독하였습니다. 9세기부터 이 두 전통(행렬과 수난 복음)이 합쳐져 거행되었습니다.

 

또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복음에 언급된 두 가지 사건(예루살렘 입성, 수난)을 기념하며 파스카 신비의 상반된 두 얼굴(영광, 모욕)의 일치를 강조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로 우리는 겉옷을 바닥에 깔고 푸른 나뭇가지를 흔들며 개선장군을 맞이하듯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예수님을 기념합니다. 주님의 영광스러운 예루살렘 입성은 예수님이 이미 우리 삶에 들어오셨음과 먼 훗날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실 것을 미리 보여주는 예표입니다. 게다가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신자들은 축복받은 나뭇가지를 가져와 집 안의 십자가를 장식합니다. 이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셨기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향한 우리의 존경과 신뢰의 표현입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 복음 낭독과 더불어 이사야 예언자가 전하는 주님의 종의 고통(1독서)과 시편 저자의 외침(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과 함께 주님이 겪으신 모욕적인 측면을 강조합니다. 이는 마치 과거로 회귀하여 아직 부활하지 않으신 주님께서 수난을 겪는 모습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파스카 신비를 전제로 주님의 수난을 거행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순 시기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도 성찬례를 거행하기 때문입니다.

 

전례는 파스카 신비의 상반된 두 사건을 역설적이며 고유한 방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오늘의 전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신 승리이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 바로 파스카 신비라는 것입니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분의 승리로 파스카 신비는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매년 전례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파스카 신비를 우리에게 공개하여 이 신비를 더욱 깊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므로 상반된 두 사건을 역설적이며 고유한 방식으로 거행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집중함으로써 이 위대한 여정의 시작에 동참하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