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한 자매님이 기도 모임을 하고 나서 고민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고(마태 7,12 참조), 내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는데(마태 22,39 참조), 이 말씀을 실천하기가 어렵고 부담스러워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어려운 숙제처럼 막막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나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내 생각이 옳고, 나는 잘하고 있고, 나만 손해 본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꾸만 화가 나고 상대방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나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도,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자리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신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되셨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파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셨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처지에서 마음속 생각들을 들어주셨습니다(1코린 4,5 참조). 이것이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이웃 사랑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님처럼, 우리도 ‘나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초대가 아닐까요?
심리학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과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의미를 헤아려 보는 것을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설 때, 비로소 그를 조건 없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러한 체험을 통해 상처 입은 마음에 치유가 일어나기에, ‘인간중심상담’(person-centered therapy)에서는 공감적 이해를 치유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 벗어나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에 설 때, 그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워 고통스러웠던 마음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므로, 사실 이는 나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 방식인 공감이야말로 우리가 나와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 ‘내 생각이 맞아, 내가 더 힘들어’와 같은 ‘나의 입장’에서 과감히 돌아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 지금 여기서 시작해 봅시다.
글 | 배기선 영덕막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