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을 막기 위해 금혼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금혼령을 어기고 결혼식을 주례한 발렌티노 신부(?~270)를 잡아들였습니다. 황제가 “왜 헛된 신을 믿느냐? 로마의 위대한 신을 믿어라.”라고 말하자 발렌티노는 “만일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안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황제께서 마음을 바꿔 하느님을 믿어야 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옆에 있던 신하가 로마의 신을 모독한다고 하자, 발렌티노는 다시 “로마의 신은 거짓 신입니다. 하느님만이 진정한 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황제는 “그렇다면 너는 왜 나에게 하느님의 진리를 말하지 않는냐?”라고 했습니다. 이에 발렌티노는 “황제께서 하느님을 믿는다면 구원받을 것이며, 로마제국은 모든 전쟁에서 승리하고 번영을 누릴 것입니다.”라고 했고, 황제는 “로마인들이여, 발렌티노 신부가 하는 말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잘 경청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신하가 “황제께서는 지금 발렌티노 신부에게 현혹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껏 믿어온 로마의 신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습니까?”라고 항의했습니다. 황제는 신하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발렌티노를 감옥에 가두라고 총독에게 명령했습니다.
총독은 발렌티노를 감옥에 가두는 대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발렌티노는 그 집에 들어서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집에 빛을 비추어 주소서. 그리고 이 집의 모든 사람이 하느님을 믿게 하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총독은 ‘빛을 비추어 주소서.’라는 말에 감동했습니다. 사실 딸이 2년 전에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총독이 말했습니다. “만약 당신의 하느님이 내 딸의 눈을 뜨게 해준다면 당신의 말을 따르겠다.” 발렌티노는 총독의 딸 눈에 손을 대고 하느님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그러자 딸은 앞을 보게 되었고, 총독과 그의 가족은 기적에 크게 놀라며 하느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총독의 딸이 눈을 떠보니 영혼과 육신이 깨끗한 발렌티노가 서 있었습니다. 순간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으나, 그녀는 발렌티노가 신부라는 것을 알고는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괴로워했습니다. 발렌티노는 총독 딸의 그 마음을 헤아렸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위로의 말이 담긴 카드를 써서 보냈습니다. 이 이야기가 로마의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나갔습니다. 그 후로 젊은이들은 사랑을 고백하는 카드를 써서 발렌티노 성인의 동상 앞에 놓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면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성인무상심(聖人無常心)’, 즉 ‘성인에게는 고정된 마음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신앙적으로 보면 ‘성인은 모든 것을 하느님의 눈으로 본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