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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장려하는 시험관 아기를 교회는 왜 반대하나요?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2-01 14:07:26 조회수 : 955

제가 초임 본당신부로서 사목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토요일 오전에 하는 본당 청소가 끝나갈 무렵, 형제님 한 분이 쭈뼛쭈뼛 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습니다. 결혼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그 형제님 부부는 자녀를 갖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아이가 잘 들어서게해주는 용한(?)’ 신부님을 찾아가 기도와 안수도 받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며, 저에게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해도 되는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부부는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분들이었고, 그 형제님도 교회에서 시험관 아기, 곧 인공수정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지만, 혹시나 해서 저를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대변해야 하는 윤리신학자이면서 동시에 고통 속에 있는 영혼을 돌보아야 하는 사목자로서 참 난처했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지요.

 

교회는 왜 국가도 지원하는 인공수정을 반대할까요?

우선, 인공수정 시술 과정에서 파괴되거나 냉동 보관되는 잔여 배아 때문입니다. 체외에서 수정하여 선별된 다수의 배아는 자궁에 이식되는데, 이때 선택되지 못한 배아들은 냉동 보관되었다가 폐기되거나 실험용 재료로 쓰입니다. 이는 수정 순간부터 모든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교황청 훈령 생명의 선물)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됩니다.

교회가 인공수정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임신과 출산이 오직 부부간의 인격적 상호 증여의 사랑의 행위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혼인을 7성사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성화함으로써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것으로 믿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출산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인격의 존엄성이라는 특별한 성격을 지니므로 오로지 혼인과 부부 사랑이라는 배타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인공수정은 그렇지 않지요.

그 밖에도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여성에게 지나친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으며,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고, 대리모라는 지극히 비윤리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많은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는 인공수정을 반대합니다. 교회가 난임부부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진리와 생명의 수호자로서 교회가 끝까지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그 가치를 통해 우리는 구원에 이를 것입니다.

우리는 기술 발전으로 불가능한 것이 없어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합법적으로인간의 생명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아담이 범한 죄, 곧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교만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