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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의 가치와 하느님 나라의 가치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1-26 09:18:58 조회수 : 289

몇 년 전, 우연한 기회로 대형교회 분열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사건 파악과 대응을 위해 교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교회의 규모에 깜짝 놀랐습니다. 해당 교회는 기존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측(교회 측)과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을 지지하는 측(개혁 측)으로 신도들이 양분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본당과 지역 교회를 차지하기 위해, 상호 간 폭력, 명예훼손, 각종 비방, 예배 방해를 일삼았고, 이로 인해 고소와 소송이 남발하였습니다. 서로 자신들이 진정한 교회라고 주장하면서도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교회스럽지 않아안타까웠습니다.

 

개혁 측은 담임목사가 교회의 돈을 횡령했고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면서 비리로 축적한 재산을 물려준다.’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교회 측은 교회의 엄청난 재산을 탐낸 개혁 측 지도부가 이를 나눠 가지기 위해 교회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측 주장이 진실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결국 분열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재물인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엄청난 높이의 교회 종탑에서 비싼 넥타이를 맨 목회자가 멀리 십자가를 지고 광야로 힘겹게 걸어가는 예수님을 향해 어이~ 그쪽은 돈이 안 돼라고 외치는 모습이 그려진 일간지 만평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재물의 중요성을 매 순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재물의 필요성은 당연한 것이지요. 구약성경에서도 경제적인 부와 물질적 재화를 이를 베푸신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기기에, 부와 재화는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최우선이 되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보다 돈의 지배가 당연시되는 사회가 문제입니다. 이러한 물신주의가 교회 안으로 밀고 들어오게 되면 신앙이 무너지고 교회는 분열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재화는 모든 이의 공동 이익과 권리에 속한다고 가르칩니다. , 재물은 개인적인 것이라 해도 사회적 성격을 지녔기에 다른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서도 적절히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대형교회가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는 것을 넘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해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조금 더 실천했다면 어땠을까요?

 

그 대형교회 사건을 보면서 제가 천주교 신자라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직까지 우리 교회가 돈의 가치보다는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최우선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