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도박이란 ‘불확실한 결과에 돈을 거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박중독자의 뇌에서는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자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도박과 연관된 작은 자극에도 순식간에 뇌의 쾌락중추가 흥분하고 혈류가 증가하며, 인지왜곡도 일어납니다. 본인은 리스크를 극복하고 돈을 딸 것이라 믿지만, 결과는 늘 반대입니다. 더 큰 문제는 도박의 ‘결과’에 매달리는 동안, 정작 삶 전체는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최근 10대의 도박중독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불법 스포츠 사이트에 접속해 돈을 걸고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청소년의 6.4%가 도박문제 위험집단으로 분류됐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도박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교육마저 성과 위주, 결과 지상주의가 되었습니다. 소수의 아이들만 ‘승자’가 되고, 대부분의 아이는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패자’가 됩니다. 아이들마저 학업이 주지 못하는 만족을 ‘돈’으로 채우려 듭니다.
본을 보여야 할 어른들은 어떻습니까? 로또에서 희망을 찾고, 50만 명이 넘는 도박중독자들은 24시간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 인생을 겁니다. 최근에는 주식 열풍이 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식도 도박처럼 합니다. 빚을 내서 레버지리를 만들고, 단타 위주로 거래를 하며, 심지어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에 열광합니다. 이런 행태는 주식 시장을 거대한 도박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즉각적인 만족과 결과를 쫓을 때 참된 나의 삶은 그만큼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인생은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한방(big win)이 삶의 목적이라면 지금까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들과 함께하는 삶의 자리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뿐 아니라, 십자가의 길을 통해 완성되는 예수님의 구원마저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우리의 구원자로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상처와 아픔이 담겨있는 우리의 삶이 바로 각자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입니다. 기도를 통해 세상에서의 보상을 기대하는 ‘도박꾼’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 나라만을 믿고, 소망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주어진 삶의 모든 것이 예수님이 달려계신 십자가임을 깨닫고, 사랑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빕니다.
글 | 하종은 테오도시오(카프성모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