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5시만 되면 성당은 ‘뚱땅뚱땅’ 피아노 소리로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 지하 교리실로 내려가는 길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저는 양수리에서 태어나 줄곧 ‘양수리 성당’을 다녔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주일학교에 나갔고, 미사가 끝나면 성당 지하 식당에서 친구들, 신부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저녁 식사 시간은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항상 시끌벅적했습니다. 방학이면 워터파크나 스키장으로 캠프를 갔고, 홍콩이나 마카오, 제주, 필리핀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복사 활동도 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성당에 가는 일이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작은 성당이어서 모두 친숙한 얼굴들이었고, 어른들은 웃으며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얼굴은 다니엘 신부님이셨습니다. 무뚝뚝해 보이시지만 저희에게만큼은 따뜻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신부님은 저희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먹이고, 더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소중한 경험들이 작은 씨앗처럼 저희 안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양수리를 떠나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지금 저는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다니면서 요즘 더 자주 양수리 생각이 납니다. 그림처럼 예뻤던 작은 성당, 그 마당에서 뛰어놀았던 아이들, 저희를 기다리고 있던 따뜻한 저녁밥, 내가 좋아하는 지하 계단 냄새, 그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깔깔거리던 우리의 모습들이 가끔씩 떠오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