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해외에서 광물 개발 사업을 하던 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사업 안정화를 위한 욕심에 새로운 계약 건수도 점차 늘려 갔습니다. 하지만 A씨의 사업에 조금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이 성장하는 속도는 더뎠던 반면, 사업 리스크는 빠르게 커져 감당하기 힘들게 된 것입니다.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던 A씨는 고민 끝에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상당한 투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쇠퇴의 길로 들어선 사업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고 결국 A씨는 광물 개발 사업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A씨의 사업에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그를 ‘사기죄’로 고소한 것이었습니다. 변호인의 입장에서 A씨의 이야기를 듣자니,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나름 설득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의뢰인의 말을 ‘진실’이라고 여겨야 하는 변호인으로서의 숙명에 A씨의 무죄를 열심히 변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검찰은 A씨를 기소하게 되었고, 이후 A씨와 만난 자리에서 저는 “조금만 더 힘내시지요. 결국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니까요.”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어렵게 말문을 뗐습니다. “변호사님, 사실 제 사업이 가능성이 없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투자자들에게 그런 부분을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도 맞구요.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크게 당황해 한동안 멍하니 있던 제게 A씨는 “정말 죄짓고 사는 게 이렇게 고통스럽네요. 변호사님이 그러셨죠?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재판 때 사실대로 다 인정하겠습니다.”
‘나는 여지껏 무엇을 변론했던 것인가?’라는 제 머릿속의 억울함을 겨우 다스린 채, 저는 A씨에게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얘기해 주셔서 감사하고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다른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게 되었고, 결국 A씨도 선처를 받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끔씩 ‘그때 A씨의 심경을 바꾸어 놓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힘들었기에 그저 사건을 자포자기한 것이었을까요? 그보다는 A씨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던 양심이 결국 승리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누구든,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 하나씩 담겨 있으며, 그 별이 자신의 어둠과 거짓을 이겨내기를 갈망합니다. 혹자는 그 별을 양심, 도리, 진실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신앙인들은 그 별을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부릅니다. 별을 보고 먼 길을 떠난 동방 박사들은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라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빛이신 예수님을 뵌 이후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인 오늘, 각자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빛나는 그 별이 우리들 모두에게 드러나 어둠과 거짓을 당당히 이겨내기를, 그래서 구원받은 인생으로 변화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A씨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글ㅣ성진욱 베드로(법무법인 해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