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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려진 씨앗이 열매 맺기까지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1-05 11:26:50 조회수 : 276

이북에 살던 우리 가족은 해방 후 얼마 뒤 북한 치하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4후퇴 때 피난민 행렬에 합류하여 남으로 내려오던 우리 가족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수원에 정착하게 되었죠.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수원에 온 뒤 소화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천주교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신부님(수녀님이었을지도 모릅니다)에게 세례를 받고 싶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신부님은 저희 가족 중 천주교 신자가 없다는 것을 아시고는 어른이 되면 그때 세례를 받으렴.’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에 아주 작은 신앙의 씨앗이 뿌려졌지만, 그 씨앗은 싹을 틔우지 않고 그렇게 묻혔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사한 세상살이 속에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아 키우는 사이, ‘천주교에 대한 기억을 까맣게 잊고야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하던 대로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문득 저 멀리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성당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당을 본 순간 30여 년 전 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무엇에 이끌리듯 저는 고등학생인 큰아이를 데리고 성당에 가서바로 예비신자 교리 등록을 하고 세례까지 받았습니다. 이후 남편과 다른 두 아이도 세례를 받아 우리 가족은 현재까지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리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도 않았지만, 가족 모두 나름의 자리에서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오고 있음에 늘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세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지 어느덧 70여 년이 지난 요즘, 성당에서 복사단 활동에 열심인 손녀딸을 보며 저에게 뿌려졌던 작은 신앙의 씨앗이 하느님의 뜻 안에 이렇게 열매 맺고 있음에 또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열매가 달릴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글ㅣ전정원 카타리나(동탄숲속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