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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라는 성소(聖所)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3-12-28 14:52:44 조회수 : 280

신학교에 합격한 뒤, 신학원 생활을 준비하려면 챙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검은색 양복, 와이셔츠, 검은색 넥타이, 성경, 성무일도, 각종 옷가지 등 챙겨야 할 것들이 한 짐입니다. 그중에 가장 신기하고 어려운 준비물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라이프 스토리라고 부르는 신입생의 삶과 신앙의 기록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신입생 때 한 번,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한 번, 부제품을 앞두고 한 번, 3라이프 스토리를 학교에 제출합니다. ‘라이프 스토리라는 존재가 어떤 가정과 성장 환경 속에서 자라났고, 특별히 그 안에 내 신앙은 어떻게 싹틔우고 자라나며 성장했는지가 주된 내용입니다. 제가 신학생 시절에 라이프 스토리를 작성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가정이라는 환경이 내 신앙 여정에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가였습니다. 제게 있어서 가정이라는 토양은 신앙을 싹 틔우고 자라나게 했으며, 지금도 살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비옥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교회는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을 축일로써 기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탄생의 의미가 모든 이에게 빛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의 하나는 나자렛 성가정의 역할에 있었습니다. ‘나자렛 성가정안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셨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모두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성소(聖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모든 가정이 나자렛 성가정의 모습을 닮아서, 성소(聖所)가 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가정의 상황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나자렛 성가정의 모습을 닮으라는 것은, 가정의 외적인 모습을 잘 가꾸라는 뜻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가정의 중심에 두고 하느님의 뜻을 알고 믿고 살아내라는 초대입니다. 신앙은 나만 움켜쥐고, 숨겨야 하는 보물이 아닙니다. 신앙은 세세대대로 이어지는 유산입니다. 제 경험처럼 가정이 귀하디귀한 성소(聖所)임을 확인한다면, 분명히 그 보물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정이라는 비옥한 토양을 통해 피워낸 신앙의 유산을 세상을 향해서 꽃 피우는 것이,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잘 살아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우리 교우님들께서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롭게 시작될 2024년은 그분의 은총 속에 더 충만한 한 해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글ㅣ이재혁 요한사도 신부(1대리구 청소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