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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주님 성탄 대축일 메시지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3-12-21 14:56:21 조회수 : 417

 

경청과 식별로 동행하는 수원교구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세상에 오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주님의 성탄을 경축하는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서 저 하늘 높은 곳에 당신의 영광 안에서만 머무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 모든 이를 비추어 주심을 희망에 가득 찬 마음으로 기뻐합니다.

 

1.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예수님

 하지만 모든 이가 세상에 태어나신 주님을 환영하며 기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고 떠나가자, 헤로데는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 사내 아기들의 생명을 앗아갑니다(마태 2,1-16 참조). 평화와 구원을 선사하시고자 다가오신 하느님의 빛을 거부하며, 자신을 위해 다른 이들의 삶을 파괴한 것입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의 고리는 언제 끊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렇듯 세상 여러 곳에 증오와 반목의 뿌리가 깊게 박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묻습니다. 내가 가진 재산을 힘으로 빼앗고, 자식의 목숨을 앗아가며, 가족의 인권을 유린한 사람들을 어떻게 가만히 둘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를 참으로 필요로 하는 이 세상이지만,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일으킨 전쟁이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를 잃고 울부짖는 이들, 폭력과 억압에 짓눌려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 가난과 궁핍, 병고에 지쳐 쓰러져가는 이들의 눈물이 우리의 도움을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통받는 이들에게,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며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오늘 축복과 구원의 메시지가 새롭게 울려 퍼집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0).

참 빛이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이 세상 어둠의 한가운데로 들어오십니다. 전능하시고 완전한 자유이신 분께서 놀랍게도 유약한 아기의 모습, 무능함과 순종의 모습을 선택하시며 고통 속에 아파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기를 원하십니다. 아기 예수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당신을 감추시는 방식으로 이 세상에 당신의 참모습, 참 평화를 선사해 주십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2. 감동을 주는 신앙인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다.”라고 말씀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가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힘을 일상에서 증언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은 삶에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 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때문입니다(복음의 기쁨 14). 복음의 힘과 매력은 모든 이의 마음 안에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늘 경축하는 성탄은 우리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 강생 사건의 감동을 전해줍니다. 구원자의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예고를 따라 베들레헴 마구간을 방문한 목자들이 본 것은 바로 구유에 뉘어진 유약한 아기의 모습, 한 가정의 가장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탄생하십니다. 하늘의 가장 부유한 분께서 지상에서는 스스로를 낮추셔서 가난함이 되십니다. 우리 구원을 위하여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을 당신의 장소로 취하신 성탄의 이러한 신비는 우리에게 큰 감동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통해 선사하신 감동을 마음에 새기며, 이제 그 감동을 세상 곳곳에 전하고 증언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세상 구석구석까지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특별히 굶주리고 헐벗고 갈 곳 없는 사회적 약자들, 병들거나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하며(마태 25,31-46 참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는 장소, 그분을 누일 수 있는 구유로 봉헌하기를 원하십니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보다 구세주의 오심을 기뻐하고 희망하는 여러분들에게 아기 예수님께서 주시는 참된 평화와 기쁨의 은총이 항상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312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