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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불나방(?)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3-12-21 09:58:05 조회수 : 195

남편과 유럽 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첫 도착지인 로마에서는 어느 성당을 들어가든지 휘황찬란한 성전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로마라는 곳이 걷다 보면 여기도

저기도 성당이라, 모든 성당에 들어갔다가는 다른 유명한 관광지는 구경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조급해진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성당이 보일 때마다 "여기도 성당인가? 저기도 성당 같지 않아? 여기만 들어가 보자." 하며 신나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남편에게

지어준 별명은 '성당 불나방'이었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남편과 함께 대학병원에 갔는데, 집으로

돌아오려고 나오는 중에 원목실을 지나게 되자 남편은 또 그곳에 들어가 보자 했습니다. 저는 짜증이 나서 쏘아붙이며 옥신각신 했습니다. 지나가던 수녀님께서 저희를

보시고는 '무슨 일이냐.'라며 부르셨습니다.

전 처음 뵙는 수녀님께 하소연 했습니다. 평소에나 기도 열심히 하고 미사 시간에 집중을 잘하지, 그렇지도 않으면서 성당만 보이면 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이 싫다고요.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들으신 후 수녀님께서 넌지시 답하신 말씀에 창피함이 밀려왔습니다. “형제님께서 겉으로는

신심이 약해 보일지 모르나,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하느님과 함께 계신 거예요. 그래서 하느님께서 당신 집으로 계속해서 부르시는 겁니다. 이상할 이유가 없지요.”

수녀님의 짧은 한마디에, 지금까지 남편이 성당만 보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던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함께 성당 불나방이 되어 성지순례 도장을 차곡차곡 모으고있습니다. 신앙의 증거를 찾고, 본받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가 되어가겠습니다.

 

글ㅣ남보라 체칠리아(성복동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