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에도 성탄절은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자가 된 이후에는 아기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 시기’의 참 의미를 알게 되어 더욱 기쁜 성탄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 딸 마리아는 어릴 때부터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성탄절’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성탄 찬송이나 캐럴을 듣곤 했습니다. 처음엔 무척 웃겼지만, 저도 딸을 따라 울적한 날에는 성탄절을 생각하며 성가나 캐럴을 들었더니 마법처럼 마음이 금방 기쁜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15년 전, 한 수도회의 수녀님들과 인연이 닿아서 다문화센터 봉사와 학교 밖 청소년들의 금연침 치료 봉사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기에는 봉사를 못 하다가, 올해 여름부터는 연로하시거나 편찮으신 수녀님들을 위해 한방 의료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무언가를 해 준다.’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제가 받는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금연침 치료를 받던 청소년들이 저의 아주 작은 호의에도 웃으며 감사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매우 따뜻해졌습니다. 또, 수녀님들은 치료를 받으신 후 감사와 사랑을 가득 표현해 주셔서 제 마음이 무척 행복하고 기쁨으로 넘쳤습니다.
몇몇 수녀님들은 암 수술을 받으셨거나 기타 중증의 병을 앓고 계시지만,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를 띄며 ‘하느님께서 내일 나를 데려가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질병으로 인한 육체의 고통에도 평화의 마음을 가지는 수녀님들을 만나면 깊은 존경심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는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딸 마리아가 성탄절을 생각하는 것도 언제나 기뻐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수녀님들에게 의료 봉사를 할 때 오히려 많은 사랑을 받으니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 생깁니다. 그동안 제가 수녀님들을 치료해 드린 건지, 반대로 수녀님들이 저를 치료해 주신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이 곧 우리 곁에 오심을 기뻐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어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글ㅣ차언명 바울라(광명 차한의원 원장, 소하동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