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위치한 나바위 성지 본당은 1882년 공소로 설립되었다가 1897년에 본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초대 주임 베르모렐 신부가 1907년에 완공한 나바위 성당은 ‘화산 성당’으로 불려오다가 1989년부터 ‘나바위 성당’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성당이 위치한 나바위 성지는 제주를 떠난 성 김대건 신부와 일행이 1845년 10월 12일 밤, 강경 인근 황산포 나바위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을 기념해 조성된 곳입니다. 그래서 성지 어느 곳에서나 성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바위 성지 뒤쪽 화산 정상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나바위 상륙 110주년과 시복 3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있습니다. 올해 로마의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설치되어, 기념탑을 바라보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더불어 한국 가톨릭의 위상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나바위 성당은 서양식 건축양식과 한옥식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성당입니다.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는 완전한 한옥식 건물이었지만 1917년 고딕식 종탑을 세워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또한, 처마가 아름다운 측랑은 건축미를 더해줍니다. 나바위 성당의 성전은 이랑식 가운데 기둥을 기준으로 기다랗게 회중석이 두 줄 있습니다. 당시엔 남녀의 구분이 엄격해서 왼쪽은 여자, 오른쪽은 남자 자리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곳 신자들은 아직도 습관이 남아있어 자연스럽게 성별에 따라 자리에 앉는다고 합니다.
나바위 성지 성당은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하심을 깨닫게 해주는 곳입니다. 당시 성 김대건 신부는 상상할 수 없는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나바위로 올 수 있었습니다. 배고픔과 추위, 풍랑, 그로 인한 두려움. 그 엄청난 고통을 과연 성인은 어떤 힘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에 빠진 베드로가 예수님께 의지한 것처럼 성인도 그러하셨을 것입니다. 당신을 의지한 성 김대건 신부에게 하느님께서는 복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 씨앗이 이 땅에 수많은 열매를 맺게 하였음을 믿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