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림 제2주일, 한국 교회가 정한 ‘인권 주일’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이 그에 맞갖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신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정해졌다고 합니다. ‘맞갖다.’라는 단어가 낯설어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라는 뜻이더군요. 말이 거창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풀어보면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이 하느님의 마음에 꼭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신자들을 일깨우는 주간’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희 병동에 계신 환자들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병동에서 근무하는 의사입니다. 저희 병동에 오시는 분들은,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남은 여명은 각자 다르지만,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러 오시는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병동으로 오시는 환자들 중에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병이나 단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부터, 오랫동안 병을 앓으면서 본인의 상태를 알고 병의 단계를 이해하여 받아들이시는 분들까지 다양합니다. 그중에는 환자 본인은 말기 암 진단 사실을 모르는 채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나, 아주 젊은 환자의 경우에는 보호자들이 환자가 받을 충격을 걱정해, 알리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환자의 보호자가 오면 항상 ‘환자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설득’을 하곤 합니다. 당연히 암 말기 고지가 환자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겠지만, 환자도 자신의 남은 여명을 알 권리가 있고, 그래야 삶을 정리할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태껏, 부끄럽거나 여타의 이유들로 하지 못했던 사랑과 고마움의 감정을 표현할 시간, 가족이나 친지, 주변 사람들과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할 수 있는 시간, 심리적·실질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환자가 자신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원인 모를 증상으로 떨면서 두렵고 막연하게 보내기보단, 마지막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하느님께 가기 위한 준비를 하며 보내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글ㅣ김보경 스텔라(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 완화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