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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자존심, 그 아슬아슬한 경계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1-18 15:32:45 조회수 : 565


자존감과 자존심, 그 아슬아슬한 경계


새롭게 단체장을 맡은 A씨의 사연입니다. “전임자가 인수인계하고 나서도 모든 일에 관여하고 일일이 가르치려 들더라고요. 간섭받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했더니, 아예 회합에 참석하지도 않아요. 본인은 자존감이 높아서 남이 지적을 하면 불쾌하다는데, 자존감이 높으면 그렇게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자존감’(self-esteem, 자아존중감)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을 의미하며, 올바른 자기 이해를 전제로 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칭찬을 받더라도 우쭐대거나 분에 넘치게 나서지 않습니다. 자신의 가치가 다른 이들의 평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남보다 인정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가치도 담백하게 인정해줍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자존감과 혼동하기 쉬운 개념은 자존심입니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만족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자존감과 유사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나 자신이 얻은 성과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다는 점에서 자존감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그래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가벼운 평가에도 울고 웃으며,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진 애를 쓰거나, 성과에 연연합니다. 또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거나, 상대방의 실수를 지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기 때문입니다. ‘나는 너무 우울해서 나 자신을 끌어올리기보다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이 더 수월하겠어.’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처럼 자기 자신의 내면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자신의 장단점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드러낼 수 있습니다. 어떤 평가를 받든, 어떤 성과를 내든 흔들림이 없고,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존심이나 자부심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좋은 평판을 듣고 좋은 성과를 얻고 있을 때는 행복감을 느끼지만, 비판이나 실패가 닥치면 휘청거리고 맙니다. 마치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사람처럼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오면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마태 7,24-27 참조).


지금 나는 자존감과 자존심, 그 아슬아슬한 경계 어디쯤에 내 존재의 집을 짓고 있나요?


| 배기선 영덕막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