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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왼편과 오른편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11-24 09:28:48 조회수 : 391

창세기를 비롯하여 구약성경을 보면, 성조들의 가정 안에서도 항상 두 부류의 자녀가 서로 갈등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담의 두 아들인 카인과 아벨, 아브라함의 두 아들인 이스마엘과 이사악, 이사악의 두 아들 쌍둥이 에사우와 야곱, 야곱의 아들인 10명의 형과 막내 요셉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믿음의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이 이렇게 서로 싸우게 되는 이유는 아버지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는 장자권(상속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이긴 자들을 통해 믿음의 조상에 대한 족보(장자상속)가 이어졌고, 그 족보를 통해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성조의 아내들 역시 싸움의 역사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두 아내 사라와 하가르, 야곱의 두 아내인 레아와 라헬, 그리고 엘카나의 두 여자 한나와 프닌나 역시 서로 갈등합니다. 이 갈등에서 이긴 사람이 곧 믿음의 조상의 대를 잇는 자녀를 출산하였습니다.

 

이처럼 구약의 갈등 역사는 성조의 아들들과 아내들이 단순히 서로 싸웠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는 믿음의 성조 아브라함의 장자권이 이어진 정통성을 가지고 태어나셨다는 사실과, 그 정통성은 간단히 주어지는 역사적 산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영적 투쟁의 결과였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구약성경 안에서 보이는 이러한 두 부류의 갈등에 대한 배경은,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는 비유 안에서도 이어집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비유는 당신 출생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비유가 아니라, 영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밀과 가라지(가라지의 비유;마태 13,24-30), 양과 염소(최후의 심판;마태 25,31-46), 슬기로운 다섯 처녀와 어리석은 다섯 처녀(열 처녀의 비유;마태 25,1-13), 주인이 맡긴 탈렌트로 이윤을 남긴 종과 그렇지 못한 종(탈렌트의 비유;마태 25,14-30),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그물의 비유;마태 13,47-50), 그리고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마태 24,45-51)의 비유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오늘은 그리스도께서 진정한 하느님 나라의 왕이심을 기억하는 주일입니다.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은 선과 악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세상 마지막 날에 하느님의 왼편(염소)이 아닌 오른편()에 서 있는 사람들로서 이웃을 위한 자선과 사랑에 헌신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글ㅣ박현민 베드로 신부(중견사제연수원 영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