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약사동 고개 위에 위치한 죽림동 주교좌성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예수성심상이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합니다. 높이 3.5m, 너비 3m의 국내 최대 청동 예수성심상으로, 입구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예수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 듯한 모습이라 더욱 웅장하고 성스럽게 느껴집니다.
춘천의 첫 성당인 죽림동 성당은 춘천교구의 주교좌성당입니다. 죽림동 성당이 지금에 이르게 된 중심에는 ‘임주언 마르티노’라는 분이 계십니다. 1872년에 태어난 임주언은 전교가 아닌, 스스로 천주학을 학습하여 신자가 된 분입니다. 죽림동 성당의 전신인 곰실 공소를 만든 임주언은 후에 죽림동 본당이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1955년 83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헌신과 봉사로 전 생애를 바치셨습니다. 춘천교구는 이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마르티노의 우리말 표기인 ‘말딩’으로 이름 지은 ‘말딩회관’을 만들어 그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조경미가 뛰어난 성당 앞마당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상, 성모상 등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아름답고 정교합니다. 그리고 성전 뒤뜰에는 순교자와 성직자를 위한 묘소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사망한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북한으로 잡혀가셨다가 순교하신 외국인 사제들의 묘소입니다. 전쟁의 와중에도 생사를 하느님께 맡기고 오직 믿음으로 한길을 가신 사제들의 죽음은 오늘도 죽림동 성당의 뜰에서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위령 성월인 11월의 첫 주간이 되면 춘천교구에서는 ‘죽음의 행진’에서 순교한 사제들을 추모하고 그들이 준 교훈을 되새기기 위하여 행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