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미사 시작 전에 품새가 바르고 맑은 인상을 가진 한 청년을 보았습니다. 딸의 남자친구로 어울릴 것 같아,
미사가 끝나면 전화번호를 물어보려고 미사 내내 그 청년을
주시했습니다.
공지사항 때 신부님께서 ‘방학이 되어학사님(신학생)께서
오셨다.’라고 누군가를 소개를 하시는데, 제가 콕 찍은 그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자들에게공손히 인사를 했습니다.
순간 제 얼굴은 초등학교 때 시위 현장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맡았던 최루탄 가스를 다시 맞은 듯, 눈물과 콧물이 찔끔찔끔, 얼굴이 화끈화끈 타 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콕 찍은 신학생을 감히 딸 남자친구로 삼겠다고
전화번호를 물을 뻔했으니,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저번 달주보에 ‘사제 서품 공시’가 게시됐습니다. 공시에는
그때 뵀던 신학생(현재는 부제님)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성당에서 부제님을 뵐 때마다 5년 전 그날이 생각납니다.
에이 부끄러워라. 주님,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가 사람 보는 눈이 남달랐네요.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랑 가득한 신부님이 되시라고 부제님을
위해 ‘영원히!’ 기도드리겠습니다.
부제님, 사랑합니다.
글ㅣ김주연 카타리나(북여주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