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올해 여름, 저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YD: World Youth Day)에 온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 수원교구에서는 교구 청소년국장 신부를 중심으로 55명의 순례단이 꾸려졌고, 원주교구 순례단이 함께하여 총 80명이 순례를 떠났습니다.
‘세계청년대회’는 교구대회와 본대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본대회는, 교황님을 모시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신앙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일정입니다.
우리 순례단은 본대회 전 교구대회를 위해 포르투갈의 남단 알가르브교구의 ‘타비라’라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타비라는 바닷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소도시였습니다. 교구대회는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젊은이들과 처음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해 가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체육관에서 합숙(?)하면서, 멕시코·짐바브웨·콜롬비아·우루과이에서 온 젊은이들과의 만남은 더 깊어졌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강렬한 추억이었습니다.
그렇게 교구대회를 마치고, 본대회를 위해 우리는 리스본으로 향했습니다.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향했을 때, 가장 처음 받은 강렬함은 세계청년대회의 참가한 사람들의 인원이었습니다. 우리 순례단은 몇십만 명이라는 숫자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수많은 인파에 충격받고 놀라워했습니다(본대회 파견 미사 때는 150만 명이 있었다고 하니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 순례단은 리스본 외곽의 초등학교에서 폴란드, 홍콩 젊은이들과 합숙하며 본대회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개막 미사로 시작한 본대회는 리스본 시내 곳곳에 마련된 신앙·문화 체험과 교황님 환영 행사, 교황님과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철야기도·파견 미사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본대회 일정 안에서 비로소 각자의 삶을 걸어가는 순례자로 거듭났고, 파견 미사를 통해서 세상으로 파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는 “빛을 내라, 경청하라,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통해 ‘희망’을 얻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교황님의 파견 미사 강론은 젊은이들에게, 더 나아가 교회 공동체에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젊은이가 사라진’ 오늘날 교회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서만은 안됩니다. 젊은이들이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스스로 빛을 내며 두려움 없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황님의 강론 말씀을 다시 상기하며, 젊은이를 향해 열린 세상과 교회가 되길 기도합니다. 또한 2027년 ‘대한민국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깊은 울림이자, 희망이 되길 간절히 꿈꿔봅니다.
“대지가 비를 필요로 하듯 교회와 세상도 젊은이 여러분을 필요로 합니다.”- (WYD 폐막 미사 강론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
글ㅣ이재혁 요한사도 신부(제1대리구 청소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