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가을, 야구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2022년 고3 야구 수업을 통해 미카엘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해 수업 종목을 ‘야구’로 정했는데, 미카엘은 쉬는 시간 종소리가 나면 야구 ‘덕후’들만 소장한다는
개인용 글러브를 들고 운동장에 내려와 제게 캐치볼을
하자고 했습니다.
어느날엔가는 야구팀 저지를 입고 수업을 진행하는 저에게 조용히 “선생님, 저는 ‘무적 LG’ 팬입니다. 롯데 힘내세요!”라며 측은해하는 듯한 눈빛을 던지곤 했죠. 미카엘 학급의 수업이 있는 날이면 저 또한 즐겁고 신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쳐있는 고3 친구들의 탈출구, 주 2회 있는 체육 수업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채울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가 고3 학생들만의 학급대항 야구시합을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개최했습니다. 미카엘 학급은 안타깝게도 결승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야구 장갑과 모자를 멋지게 착용하고 나타나 적시타를 여러 차례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관중석을 가득 채운 학생들과 선생님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당시엔 미카엘에 대해 ‘스포츠를 무척 좋아하는 학생이구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얼마 뒤 신학교 입학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신학교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는 마치 제가 대학교에 합격한
것처럼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멋진 정장 차림을 한 ‘미카엘 신학생’을 본당에서 만나게
될 때면 학창 시절 야구를 좋아했던 앳된 학생의 모습이
떠올라 제가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하게 됩니다. 음악, 미술과 더불어 스포츠의 예술적 감성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전하는 에너지 넘치는 신부님이 되길 응원해 봅니다.
‘미카엘~ 무적 LG 1위더라? 너~무 좋겠다! 부러워~~
수원교구 복사단 축구대회도 개최됐는데, 언젠가 복사단 야구대회도 개최되겠지?’
글ㅣ조종현 바오로(호평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