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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9-27 09:32:12 조회수 : 392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 키우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경험하고 느끼며 살아갑니다. ‘무자식상팔자라는 말도 자녀를 키우는 어려움에서 유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옆집 아이들은 순탄하게 자라는 것 같은데 우리 집 아이들은 유난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두 딸을 키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딸들이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때 저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병원 수면 클리닉으로 1년 반 동안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1999년 연수를 마치고 귀국 후, 큰아이는 자유분방한 미국의 학교생활을 잊지 못하고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무조건 미국에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큰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되던 2003년에 둘째 딸과 아내까지 미국에 가게 됐습니다. 미국에 가면 큰 아이가 적응을 잘할까 싶었는데, 사춘기 시기와 맞물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루가 멀다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수업에 집중을 못 했고, 아내는 학교에 불려 가기 일쑤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사 달라고 졸라서 사준 차는 1년도 안 돼 교통사고를 크게 내어 그 자리에서 폐차를 하게 되는 등(다행히 거의 안 다침) 끊임없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나마 조용히 공부를 하는 둘째 딸아이가 있어서 어려운 시기에 의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으로 오는 전화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았고, 이렇게 힘든 상황이 지속되니 이러려고 미국에 보낸 것은 아닌데.’ 하고 많은 후회도 했습니다.

 

힘든 상황이 계속되자 저는 물론 미국에 있는 아내도 신앙에 더 의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하느님께 모두 맡긴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성경을 읽고 미사에 참례하며 정성스럽게 기도를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저는 큰딸의 이러한 행동들이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지속되는지를 지켜보며 오히려 긍정의 마음을 갖기 시작을 했습니다.

 

아이에게는 지금은 네가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지만 너를 믿고 있고, 언젠가는 네가 성공할 것.’이라고 얘기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때부터인가 그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던 큰딸이 대학을 준비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두 딸 모두 미국에 살면서 큰딸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작은딸은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두 번 키운다면 첫 번째보다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에는 연습이 없기에 어려움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자녀를 키우면서 있었던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이끄심 덕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글ㅣ홍승철 갈리스도(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