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중독자들을 대하는 지혜로운 방법
『불평 멈추기』의 저자인 사회심리학자 살보 노에(S. Noè)는 불평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불평하는 사람들은 ‘이것만 고쳐지면’ 혹은 ‘이 사람만 바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곧바로 개선을 요구하며 투덜거리지만, 당면한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들은 불평을 멈추지 않습니다. 불평은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담배나 술에 중독된 사람들이 금연과 금주를 위해 고된 수련을 하는 것처럼 ‘만성적 불평’이라는 습관을 끊어버리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고치기도 어렵습니다. 이쯤되면 불평이라는 습관에 깊이 중독된 ‘불평중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불평의 강력한 전염성(?)은 주변에 장착되어 부정적 견해를 주변에 퍼뜨려 여론을 형성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있는 단체를 이끌어가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스라엘을 주님의 땅으로 인도하라는 특별한 사명을 받았던 모세는 만족을 모르고 불신으로 가득 찬 백성들의 끊임없는 ‘불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모세는 그들의 불만족을 자신의 힘으로 채워줄 수 없음을 깊이 알았기에, 그들의 불평을 귀 기울여 듣고, 백성들을 위해 주님께 탄원을 올렸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평은 하나의 습관이고 삶의 태도입니다. ‘사람의 힘으로 채울 수 없는 내면 깊은 곳의 결핍감’이라고 할까요? 모세가 그러했듯, 내가 맡은 직책으로 그들의 불평을 ‘들어주는 것’까지는 내가 해줄 수 있겠지만, 그것을 채워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는 어느 회사가 완벽한 복지시설을 갖추었는데도 생산율이 저조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과 의견을 세세하게 들으며 기록했습니다. 실험을 마친 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음에도 회사의 생산량은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 직원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일에 전념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불평들은 내면에 쌓여있던 감정을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해소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다시 숨을 가다듬고, “바람에 밀려다니는 물기 없는 구름이며, 가을이 되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마저 뽑혀 두 번 죽은 나무들이며 자기네 수치의 거품을 뿜어 올리는 바다의 거센 파도이며, 떠돌이별들(유다 1,12-13. 200주년 신약성서)”과도 같이 만족을 모르며 허기진 마음에서 나오는 그 불평의 소리를 빈 마음으로 들어줄 준비가 되셨나요?
글 | 배기선 영덕막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