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생활통지표에 ‘발표하는 것을 싫어합니다.’라고 쓰여있을 정도로 저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은 대학생 때까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작년 ‘새 생활 피정’ 때 무언극 여주인공을 맡고, 율동을 하며 사람들 앞에서 나눔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은 ‘기도 모임’을 만나면서부터 가능했습니다.
제가 지금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 기도 모임, ‘수원교구 젊은이 기도 모임’은 사람을 좀 다룰 줄 아는 모임입니다. 한 주에 두 번씩 모여 기도 모임을 진행하고, 행사를 앞두고는 54일 기도를 합니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주인공을 맡기고, 몸치에게 율동 소임을 내립니다. “못하겠다.”라고 말하면 봉사 선배들이 똑같이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네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께서 다 하게 해주실 거야. 해보고 말하자.” 그 말에 휩쓸려서 그냥 무턱대고 덤벼들었습니다. 물론 못하던 노래를 잘하게 되거나 연극배우처럼 연기를 극적으로 잘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함께 기도하며 연습하다 보니,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이번 가을에 또 한 번 새 생활 피정을 엽니다. 아직 어떤 소임을 받을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두려움 한편에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절 괴롭히는 만큼 더 큰 은총과 즐거움이 쏟아지리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요.
글ㅣ이은지 유스티나 (분당성마르코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