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전 은은한 종소리가 성당 안을 가득 채우며 가늘고 긴 여운 속으로 사라집니다. 곧이어 그레고리오 성가가 시작되고 성경을 두 손 높게 치켜든 수사 뒤로 30여 명의 수사들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무겁지만 바닥으로 가라앉은 경건함이 아닌, 화사하게 하늘을 향하여 채우는 빛과 같은 경건함이었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수사들의 성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들의 목소리 같았습니다.
성 베네딕도회는 1909년 12월, 처음 서울에 진출하여 1920년 9월 5일엔 원산, 1927년 11월 17일 함경남도 덕원으로 수도원을 이전하였습니다. 수도회 본연의 목적인 기도 생활 이외에도 교육사업과 선교를 통하여 이 땅의 복음화에 크게 기여한 수도회입니다. 이후 한국전쟁의 발발로 1952년부터는 경북 칠곡의 왜관에 정착하게 됩니다. “한국교회 첫 남자 수도공동체인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은 기도하며 일하는 전통적인 수도 생활을 추구하며 안으로는 수도승이요, 밖으로는 사도라는 오딜리아 연합회의 고유한 소명을 실현하며 세상 복음화에 이바지합니다.” 수도회의 소개 글입니다. 수도회는 왜관에 정착할 당시부터 1986년 대리구의 역할을 대구대교구로 이전할 때까지 왜관 감목대리구를 맡아 경상도 지역의 본당 설립과 복음화를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복음화 사업 이외에도 순심 중·고등학교와 순심 여중·고등학교에서 교육 사업을, 분도노인마을에선 사회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 성당으로 공급하는 성작, 성반, 감실, 촛대, 제대 등 여러 가지 성물을 만들어 공급하기도 하고 유리공예와 독일식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문화 예술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분도출판사는 베네딕도의 한자식 표기인 ‘분도’라는 명칭의 출판사로, 가톨릭 출판물을 공급하여 신자들의 영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수도원 성당은 2009년 8월 30일 봉헌되었습니다. 성당은 모든이에게 개방되어, 수도원에서 거행하는 미사와 기도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미사 때마다 많은 신자들이 참례하여 성 베네딕도회의 영성과 전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