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로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고민이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그들과 제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동료든, 성당공동체든 관계가 틀어지면 거기에는 혈연이고, 우정이고, 그동안 쌓은 경력이고, 신앙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게 됩니다. 또 관계에 금이 가면 모든 상황이 완벽해도 내 마음은 그야말로 지옥이 됨을 다들 체험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도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며 ‘누군가 잘못하면 개인적으로 타이르고, 한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 그것으로도 안 되면 교회의 이름으로라도 화해시키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지내던 2015년 8월 어느 날, FOX TV 아침 뉴스에 감동적인 기사가 소개되었습니다. ‘뉴저지 마운트 홀리’의 소방관인 팀 영과 폴 홀링스는 12시간 동안 화재를 진압하고 새벽 6시가 되어서야 피곤한 채로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메뉴를 주문하고 대화를 나누던 중 논쟁이 붙어 말다툼을 하게 됐는데, 그 모습을 식당의 서빙 직원 리즈 우드워드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식사 후 그들이 받은 계산서에는 리즈가 직접 쓴 글이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두 분 아침 식사는 제가 대접할게요. 모두가 무서워 도망가는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서 일해주시니까요. 두 분은 정말 용감하고 든든한 분들입니다. 힘을 내서 수고해 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오늘은 들어가셔서 푹 쉬세요.”
음식값 청구 대신 큰 힘과 위안을 주는 글을 받은 두 소방관은 크게 감동하여 리즈가 써 준 손 편지를 페이스북에 사진으로 올렸습니다. 또, 두 소방관은 효녀인 리즈가 사지마비 증세로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휠체어로 탑승 가능한 자동차를 사드리려고 ‘크라우드펀딩’ 기부 페이지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소방관들은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사연과 함께 리즈를 돕자는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단 며칠 사이에 리즈는 자신이 펀딩 목표액으로 정한 1만 7천 달러의 몇 배인 7만 달러를 기부받았습니다.
리즈는 이 일에 대하여 두 소방관과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저는 단지 그 고마운 소방관님들에게 아침을 대접했을 뿐입니다. 두 분이 얼마나 고맙고 자랑스러운 분들인지 표현하고 싶었고, 두 분의 미소가 보고 싶었습니다.”라면서 “어쩌면 이 일이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소한 호의가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하느님이 보여주는 것일지도 몰라요.”라고 말했습니다.
피곤에 지친 소방관들의 사소한 말다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정성껏 손 편지를 써 준 리즈는 두 사람을 화해시켰을 뿐 아니라 자신도 더 크고 멋진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8,18).
우리도 땅에서 늘 풀어주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글ㅣ한영기 바오로 신부(성 라자로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