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빛나는 성당 순례에 가끔씩 만나게 되는 공소들 역시 잊지 못할 성당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집도 있지만, 정성을 다해 보살핀 집은 언제나 깨끗하고 말끔한 인상을 줍니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작은 공소는 그런 건축물 중 하나라, 둘러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크고 웅장한 건축미를 풍기지는 않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성당 미니어처’ 같은 느낌입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첨탑 위의 십자가와 십자가의 길, 그리고 성모동산과 스테인드글라스로 한껏 치장한 공소도 있으니 그야말로 ‘작은 성전’입니다.
면천 공소는 당진 합덕 성당에서 나와 지나가는 길에 이정표를 보고 찾아간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소는 사제가 거주하지 않는 곳이라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은데, 면천 공소는 다행히 문이 열려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작고 소박하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의 이곳에서도 내포의 공소답게 5명의 순교 복자를 기리고 있었습니다. 공소 안에는 좌우로 7칸씩의 회중석과 그 앞으로 제대가 있고 벽을 따라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온통 눈부신 흰색 벽과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는 지금도 공소예절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입구의 면천 공소란 명패가 예스럽게 걸려있어 시간의 길이와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성당을 향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방문한 낯선 성당은 기도를 통해 온전히 마음에 담기게 됩니다. 저도 한참을 머물며 기도를 통해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신앙인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순교자들과 내포의 수많은 신앙 선조들, 그들은 대를 이어가며 신앙을 지키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신앙에 빚진 자 된 저는 연약해지는 신앙을 오늘도 기도를 통해 다잡아 봅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