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나오면서 하느님께 어떤 기도를 바치게 되었습니까?”
예비자 교리를 하면서 저는 예비신자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쁜 일은 안 생기게 해 주시고, 좋은 일만 생기게 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시고, “불행과 고통이 비껴가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혹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해 주시옵고, 죽음과도 같은 상황을 피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답하는 분들도 있었지요.
이런 관점에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베드로 사도를 바라본다면,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16,22)라는 그의 외침은 매우 맞는 말이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이유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았다면 제자로서 이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예수님께서 한창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 그리고 인기를 가득 받던 와중에, 곧 이스라엘의 해방을 이루시고 임금이 되실 준비를 하셔야 하는 이때, 갑자기 고난과 죽음을 맞이해 백성들이 기대했던 메시아로서의 대업을 망치게 된다면, 제자들은 얼마나 허망하고 허무할지 쉽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져야 할 십자가를 가로막는 베드로 사도를 향해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라고 호되게 꾸짖으십니다. 스승님을 생각해서 했던 말이었는데, 이렇게 심하게 혼나고 나니 베드로 사도도 엄청 억울했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 안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기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신앙의 눈입니다. 하느님의 일에 우리의 시선을 돌린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제 십자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주님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사람의 일에만 우리의 시선이 머문다면, 하느님은 그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시는 분으로만 남게 될지 모른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겠지요?
지금 여러분은 하느님께 어떤 기도를 드리고 있나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예리하게 가슴에 꽂히는 오늘입니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2).
글ㅣ조태현 스테파노 신부(문경 성 요셉 치유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