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하느님의 교회를 세우실 것인데 저승의 세력도 교회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베드로 사도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시면서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자연스럽게 하나니아스와 사피라의 이야기(사도 5,1-10)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나니아스와 사피라는 부부인데 자신의 땅을 모두 팔아 하느님께 바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도들 발 앞에 내어놓은 돈은 땅 판 값의 일부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베드로 사도는 이들이 하느님을 속이고 그분을 시험한 대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러자 이 부부는 베드로 사도의 발 앞에서 숨을 거두게 되고, 교회와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큰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베드로 사도가 하나니아스와 사피라에게 단죄를 하니 곧바로 죽음을 맞게 된 이 사건은 베드로 사도의 판결이 곧 하느님의 판결임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베드로 사도의 말씀 한마디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성경 말씀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믿음을 불러일으킵니다. “교회는 하늘나라의 열쇠를 쥐고 있다. 따라서 교회의 결정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곧바로 하느님의 판결이 된다.”
하지만 정작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자신들의 인간적 결정이 곧 하느님의 신성한 판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방계 그리스도교인들이 할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예루살렘 사도 회의의 결정을 보면, 교회의 최종 결정은 항상 성령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사도 15,28).
사실 오늘 복음 말씀을 고대 그리스어의 문법적 구조로 다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의미가 됩니다. “하늘에서 매이도록 정해놓은 것(사탄의 세력)을 이 땅에서 매이도록 할 것이며, 하늘에서 풀도록 정해놓은 것(사탄의 세력으로부터의 구원)을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이처럼 예수님의 말씀은 구원과 관련한 교회의 권위를 강조하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주님의 기도)” 부름을 받은 사람이 곧 베드로 사도요, 거룩한 성교회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글ㅣ박현민 베드로 신부(중견사제연수원 영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