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수술 잘 받고 왔습니다.”
한 환자의 검진 흉부 촬영에서 아주 작고 미세한 음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추가 검사 진행 후, 암이 의심되어 대학 병원에 의뢰를 보냈는데 폐암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다행히 초기 암이었기에 환자는 수술을 잘 받고 돌아오셨습니다. ‘기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초기 폐암으로 수술만 받으면 되었기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기적 같습니다.” 손목 통증으로 몇 달을 고생하던 환자가 치료받고 좋아지신 후에 하신 말씀입니다. 아픈 부위와 초음파 영상으로 통증의 원인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진정 기적은 아니었고, 그저 손목 힘줄에 생긴 작은 염증을 치료해 드렸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달을 고생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큰 만족을 느꼈기에 그렇게 표현하셨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신부님들의 인사 발령이 있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신부님 환영식에서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이 함께 축가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노래 연습 중에 유치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유독 귀에 잘 들렸습니다. 저는 미사 시작 전, 잠시 휴식하는 동안 그 아이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보여주면서 “정말 잘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옆 친구가 “얘는 글을 못 읽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진짜?” 그러나 환영식 축가를 부르기 위해 아이는 노래 가사를 이미 다 외웠습니다. 그리고 환영식에서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소리 높여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금은 불협화음이 되었을 수 있었겠지만, 참으로 감격스럽고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작은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혹시 우리는 크고 어려운 ‘기적’들만을 기대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나요? 내 기도를 꼭 들어주시기를 청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요? 사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적을 알아보는 눈과 열린 마음이 아니기에 알아채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도, 빗방울로 촉촉이 젖은 나뭇가지의 작은 잎새도, 비가 갠 뒤 보이는 청명한 하늘도, 바람길 따라 솔솔 불어오는 바람도,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고 기뻐하며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은 ‘하느님의 작은 기적’이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그저 감사합니다.” 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해 봅시다.
글ㅣ유권 안토니오(내과·영상의학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