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은 도시 전체가 근대문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일제 수탈의 본거지였기 때문에 일본식 가옥과 당시에 세워진 건축물을 도시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생업을 찾아 군산으로 모여든 노동자들의 지난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드러내놓고 신앙인임을 밝힐 수는 없었지만 가톨릭 신앙은 부두 노동자로 살아가던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고 삶에 희망을 주는 구심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신자들을 중심으로 1915년경 군산시 영동에는 처음으로 군산항 공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후 신자가 크게 늘자, 대구교구장 드망즈 주교는 1929년 군산항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하여 군산 본당이 신설되었습니다. 1961년에는 월명동 본당을 분당시키면서 월명동 본당과 구분하기 위해 소재지 동의 명칭에 따라 군산 본당을 ‘둔율동 본당’으로 개칭하였습니다. 지금의 성당은 사고로 허물어진 옛목조건물 터에 1955년에 세워졌습니다. 건축 시 장항제련소에서 나온 슬러지 벽돌을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벽돌 마감 외부에 인조석을 덧대어 건축 당시 그대로의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군산에 세워진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가 높고, ‘둔율동 성당 역사관’을 통해 당시의 건축상황을 보여주는 기록물도 함께 전하고 있어 2017년 4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되었습니다.
성당 입구 한편에 있는 ‘둔율동 성당 역사관’에서는 둔율동 성당의 역사와 초창기 신자들의 아름다운 희생과 헌신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성당 앞에 마주서면 하늘에 맞닿아있는 듯한 첨탑 아래로 고딕 양식의 성당이 더욱 웅장하게 느껴집니다. 성당 입구 왼편엔 두 팔 벌려 맞아주시는 예수성심상이, 오른편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상이 있습니다. 성당 내부는 긴 장방형의 형태인데, 원래는 기둥이 있었지만 기둥을 헐고 보수하였다고 합니다. 기둥이 없는 성당은 시야를 가리지 않아 시원스러우면서도 들어서자마자 제대의 십자고상이 한눈에 들어와 공간을 더욱 성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 줍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