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강론 때, ‘어느 주교님께서 새 신부님을 축복하는 자리에서 사제직을 버스 기사에 비유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버스 기사처럼, 신자들을 하늘나라에 도착하도록 무사히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이 사제의 몫이라는 것입니다(요한 17,9 ‘세상을 위하여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신 이 사람들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그러고 보니, 버스 기사야말로 하늘에 덕을 쌓는 직업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외에도 한 번에 천 명이 넘게 타는 18칸 기차 기관사나, 4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 조종사, 커다란 여객선의 선장 이하 모든 승조원 등, 고마운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지하철, 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 종사자 다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하는 일도 어찌 보면 비슷합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자신을 의지하여 찾아온 사람의 건강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이 의사의 몫이니까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입학한 학생이 몸과 마음에 지식을 쌓아 무사히 한 해를 마치고 다음 학년에 올라가도록, 혹은 졸업 후 상급학교나 사회에 진출하도록 교육하고 돌보는 일을 하니까요.
오래전 일본 여행 중에 만난 관광버스뿐 아니라 시내버스 운전사에게서도 매우 친절하고 근면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관광버스 운전사의 경우, 늘 유리창을 닦고 실내를 청소하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달려와 짐을 직접 들어주는 모습을 흔히 보곤 했습니다. 제가 외국인이라 잔돈을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림에도 손님이 다 내릴 때까지 온화한 표정으로 기다려 주던 시내버스 운전사도 생각이 납니다. 우리나라의 운전기사들도 대부분 그러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지만 운전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세상사가 모두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기계 고장, 인적 사고, 천재지변 등 불의의 사태가 발생해, 승객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운전사마다 다르겠지만, 그 누구도 운행과 관련한 모든 결과를 미리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라도 도착이 지연되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모두 운전사의 잘못이라고 덮어놓고 책임을 묻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운전사든 의사든 전능한 신이 아니라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계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의 붕괴는 곧바로 국민건강의 위해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은 의사 개인이나 의료 기관 대상 정책 한두 개만으로(행정적 제재, 급여 인상 등 당근과 채찍)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도시에는 실업 청년이 넘치는 반면, 농어촌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일색인 작금의 현실과도 모두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산, 물질 만능, 이기주의를 극복할 올바른 철학 및 교육의 수립 등 우리 사회의 어려운 숙제들을 풀려면 국민, 전문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 분석에 이어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소의(小醫)는 병, 중의(中醫)는 사람, 대의(大醫)는 나라를 고친다지요. 지금이야말로 나라의 고질적 병을 고치는 ‘대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모두를 보다 나은 미래로 안전하게 데려다 줄 운전기사(들)가 절실합니다.
글ㅣ김용민 베드로(국립경찰병원 정형외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