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포도주는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나요?
주님의 최후 만찬에 관한 성경 말씀대로 교회는 빵과 포도주를 성찬례의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재료로 사용해 왔습니다(마태 26,26-29; 마르 14,22-25; 루카 22,18-20; 1코린 11,23-26). 그런데 정확히 어떤 빵과 포도주가 성찬례 때 사용되고 있나요? 일반 상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빵과 포도주도 가능한가요?
교회법 제924조는 성찬 거행에 사용될 빵과 포도주에 대해 규정합니다. 빵은 순수한 밀가루로 빚고 새로 구워 부패의 위험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순수한 밀가루가 아닌 다른 곡식으로 만들거나 혼합한 것은 그 자체로 무효합니다.
포도주는 포도로 빚은 천연의 것으로 부패하지 아니하여야 합니다. 포도주 역시 자연적으로 성숙한 포도로 빚은 술로서, 이것 역시 유효성에 관한 요건입니다. 포도로 만든 술이 아닌 다른 곡식이나 과일로 만든 술, 또는 화학적으로 만든 술은 무효하며 포도주에 다른 것이 섞여도 무효합니다. 물론 밀가루로 만든 제병 혹은 알코올을 조금이라도 섭취할 수 없는 사제나 신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소량의 글루텐(밀가루를 반죽하면서 생성되는 단백질, 빵을 쫄깃쫄깃하게 만들고, 일종의 방부제 역할을 함)이 포함된 제병과 생포도즙이 허용되지만, 이는 교구장의 허가가 필요합니다(「영성체 형태에 관한 규범」).
한국교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준한 빵과 포도주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병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가르멜 수녀회에서 만듭니다. 가르멜 수녀회는 제병이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최근에 생산된 최고급 품질의 밀가루를 사용하고, 물 외에 아무것도 섞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식 미사주는 경북 경산의 마주앙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감독 속에 제조, 공급되는 미사주는 100% 원액으로 어떠한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2017년 네덜란드에서 일부 사제가 포도주 대신 맥주로 성찬례를 거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어느 지역 교회에서는 제병에 맛을 내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과일이나 설탕, 꿀과 같은 재료를 넣거나, 유통기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첨가제를 넣고, 포도 원재료 상태와 제조 공정을 알 수 없는 포도주를 일반 매장이나 인터넷 주문하여 사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경신성사성은 ‘부적절한 행위’라며 제병에는 반드시 글루텐이 들어가야 한다며, 해당 지역 교구장이 제조자들에게 성찬례에 쓰일 빵과 포도주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규범을 온전히 준수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글 |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교구 제1심 법원 법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