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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8-11 09:50:29 조회수 : 387

저는 2018년에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성 라자로 마을 후원회원 모집을 위해 교구 내 성당을 다니며 토요일과 주일에 미사 6~7대를 봉헌하고 강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중에는 업무를 하느라 제대로 쉬지를 못했는데, 약한 체력에 면역력까지 떨어져서인지 오한 증세와 두통, 특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귀가 아파서 제대로 잠을 못 잘 정도였습니다. 동네 이비인후과 진료에서는 차도가 없었고, 혹시나 해서 간 성 빈센트 병원에서 대상포진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왼쪽 얼굴과 이마, 머리로 감염이 진행되어 상태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저는 바로 입원을 했습니다. 의사가 더 늦지 않게 병원에 와서 다행이라면서 신경계통이 감염되면 나쁜 경우 시신경, 청각에 큰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하는데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극심한 두통과 안구 통증에, 왼쪽 얼굴은 퉁퉁 부어 거울을 보기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의사가 한 말이 계속 떠 올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선잠이라도 들면, 눈과 귀가 먹고 얼굴이 심하게 손상되는 꿈을 꾸었고, 절망에 빠진 채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깨어나 뜬눈으로 새벽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입원한 지 얼마 뒤, 교구장 주교님께서 문병을 오셨습니다. 안수를 해주신 주교님께선 한 신부, 얼굴이 참 이뻐졌네! 이제 이 병이 얼마나 요상하고 고통스러운지 잘 알겠지? 잘 쉬면 꼭 나을 거야.”라며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그제야 저는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주교님 비서 신부였을 때 격무에 시달린 주교님께서 대상포진에 감염되신 적이 있었습니다. 대상포진 환자는 환부를 자주 치료하고 공기가 통하도록 해야 하는데, 늘 정복을 착용하시고 제의를 입으시니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결재를 받고자 주교님 집무실로 들어가니, 주교님께서 선 채로 환부를 직접 소독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광경에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저에게 주교님은 한 신부, 이게 얼마나 아픈지 모르지? 언젠가 한 신부도 알 수 있는 날이 올지 몰라.”라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겹으로 된 정복을 입으신 주교님께서는 봉헌식과 견진성사, 미사 등을 위해 성당으로 가시는 차 안에서는 묵묵히 통증을 참아내시다가, 성당 마당에서 주교님을 기다리는 본당 신부와 교우들에게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전혀 티를 내지 않으시고 활짝 웃으셨습니다. 손뼉 치며 인사하는 교우들에게 환대해 주어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시던 주교님의 모습이 떠올랐고, 저는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주교님께선 병환의 아픔 속에서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시느라 고생하시며 기도로써 담대히 이겨내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진단받고 바로 입원하여 병원 관계자의 간호와 많은 은인의 도움, 그리고 기도를 받으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후원회 모집 미사를 다니며 봉사하는데 왜 이런 아픔을 주시나.’ 하며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와 베드로처럼 두려움에 가득 차 울부짖는 나약함을 반복해 드러냈던 것입니다.

 

작은 어려움과 두려움에도 겁을 잔뜩 먹고 소리를 지르며 불신의 물속에 빠져드는저에게 주님은 오늘도 손을 내밀어 붙잡으시며 말씀하십니다.

믿음이 약한 바오로야! 왜 의심하였느냐?”


글ㅣ한영기 바오로 신부(성 라자로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