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신자의 숙명은 이별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이별은 유독 슬프고 아쉽기만 했습니다.
전임 주임이셨던 김 바오로 신부님은 코로나로 모든 본당 활동이 침체되었을 때 부임하셨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제일 먼저 주일학교 활성화에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초등부에 단둘뿐인 복사, 저희 아이 수산나와 친구인 크리스티나를 많이 아껴주셨지요.
성당에 잘 나오지 않는 중·고등부 아이들을 가끔 빵집에 데려가서 친구처럼 대화하며 가까워지려고 애쓰시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짧지만 멋진 강론과 성탄절 날 부제님과 함께 산타 복장을 하고 선물을 나눠주신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함께 한 지 겨우 1년인데 이번 6월 인사이동에 신부님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망연자실했습니다.
마지막 미사에서 눈물을 훔치시는 신부님을 보며 우리 모두
함께 울었습니다. 가시는 날 아침까지도요.
그런데 30분 후 새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을 훔치던 한 자매가 ‘신부님이
와이리 잘생기시셨노.’하며 소리쳤습니다. 우리는 ‘와!’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성과 함께 우렁찬 박수로 새 신부님을 맞이했습니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말입니다.
이런 우리의 이중성은 정당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숙명이니까요.
김동우 바오로 신부님! 그래도 신부님은 영원히 우리들의
멋진 신부님이십니다.
글ㅣ전인숙 세라피나(원곡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