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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의 예고편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8-04 09:08:19 조회수 : 358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한동안 극장에 가기 어려웠는데, 요새는 새로운 영화도 많이 개봉하고 극장에 가는 것이 한결 편해져서 참 좋습니다. 극장에 가면 영화 시작 전에 꼭 나오는 게 있는데요, 바로 다른 영화들의 예고편입니다. 흥미롭게 편집된 예고편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다음에 저 영화도 꼭 보러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예고편이 그 영화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예고편에서 영화의 내용을 다 알려주면 안 되니까요. 예고편에서 보여주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보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예고편이라는 유혹에 기분 좋게 빠집니다. 물론, 예고편이 더 재미있는 영화도 종종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영화의 예고편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일컬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예고편이라고 말이지요. 복음 속 예수님께서 해처럼 빛나고 빛처럼 하얘지는 모습은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홀딱 빼앗는 놀라운 사건이면서, 동시에 하늘나라의 모든 신비를 전부 다 보여주지 않는 영화의 예고편과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 놀랍다 못해 두렵기까지 한 거룩한 변모의 현장에 예수님께서 제자인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을 데리고 가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하늘나라의 거룩한 영광을 기억하고 희망하며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곧 다가올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걸림돌이 될지라도 그 이후에 다가올 부활의 영광을 기다리라는 것이며, 끝으로 우리가 져야 할 십자가 너머에는 반드시 예수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생명 그리고 하늘나라의 잔치가 있음을 알려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이것들을 마음에 새기면서, 제자들과 우리를 위해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과 친히 준비해주신 이 멋지고 설레며, 한편으로는 몹시 떨리는 하늘나라의 예고편이 여러분 안에서 절대로 시들지 않는 희망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으로 미처 다 볼 수 없었던 하늘나라의 신비는 분명 우리가 상상치 못했던 큰 기쁨과 영광으로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글ㅣ조태현 스테파노 신부(문경 성 요셉 치유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