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일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 그의 동생 요한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습니다. 이들과 기도하던 중에 예수님의 모습이 변하셨는데,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결과인 ‘영광스러운 부활’을 미리 보여주시고자 거룩한 변모의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제자들에게 구세주로서 자신의 신원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당신에 대한 제자들의 ‘믿음과 확신’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신 것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들의 임종을 가까이에서 자주 접합니다. 그리고 가끔 그 과정에서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환자의 남은 여명을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계산하고 예측 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혈압과 맥박수, 호흡 양상, 소변량 등을 통해 기대 여명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저희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이러한 기대 여명을 바탕으로 임종이 가까운 환자와 남은 가족들을 위해 만남의 시간을 마련해 드리곤 합니다. 오랜 투병 생활로 환자와 만나지 못한 가족이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끔, 기대 여명보다 오래오래 버텨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중요한 시험 발표를 앞둔 딸을 위하여 결과가 날 때까지 힘을 내주시던 아버지. 손자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해외로 출국했던 아들의 귀국을 기다리던 어머니. 지방 먼 곳에서 올라오는 가족을 위해 버텨주던 환자들까지. 의학적으로는 언제 임종하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힘을 내어주시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찌 보면 길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귀한 순간을 통해 예수님께서 당신이 존재하고 계심을, 나아가 우리를 지켜보시고 돌보아주고 계심을 알려주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을 통해 우리들의 믿음을 다시 한번 견고히 하도록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글ㅣ김보경 스텔라(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 완화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