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MBTI 유형은 무엇인가요? 언젠가부터 ‘MBTI 성격유형 검사’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 세대도 자신의 MBTI 성격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낯설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염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유형 검사는 자신 혹은 타인을 성격유형의 틀 안에 가둬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인간의 유형을 특정화해 인식하게 되는 위험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자신을 어떤 유형의 틀에 가두는 것은 경계해야 할 모습입니다.

우리는 각자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재입니다. 우리는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주님을 향하는 ‘덕(德)’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우리는 존재와 존재의 만남 속에서 신비를 느끼고, 하느님의 창조 섭리를 깨닫게 됩니다. 말하자면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체험하며, ‘이미’와 ‘아직 아니’의 긴장 속에 있는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과 타인을 규정짓는 행동은, 인간에게 주어진 무한한 가능성과 우리 각자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을 가로막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요즘은 이러한 심리 검사들 덕분에 자신을 잘 아는 이들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나와 네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와 맞다, 맞지 않는다.’로 관계를 규정하는 시대적 분위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웃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십니까? 또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이기에 ‘밭에 숨겨진 보물’, ‘값진 진주’를 발견하고도 주저하고 망설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 마음 안에 ‘영원함’을 잘 간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원함’이란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시는 하느님께로부터 역동적으로 주어지는 것들입니다. 그 영원함을 우리 안에 잘 간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영원하신 분을 향한 여정을 제대로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잘 알고자 하는 마음, 관계 안에서의 참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영원한 생명으로의 여정에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글ㅣ이재혁 요한 사도 신부(제1대리구 청소년2국장)